택시 안에서
작년 겨울쯤이었나. 친구를 만나러 경기도 구리를 향하는 심야 택시를 탔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친구와 통화 중이었는데 한강 야경을 보고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어친구에게 물었다. “인생이란 뭘까? 우리는 왜 사는 걸까? 너도 이런 생각 가끔 해?” 친구와 통화를 끊고 통화내용을 들은 중년 여성 택시 기사님이 입을 열었다. “인생 뭐 있나요. 그냥 사는 거죠. 하루하루”
그때는 “아 그런가요?”라고 말하며 사색에 잠겼지만 지금 다시 회상해 보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태어났고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고 죽음이 있기에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 찰나의 일장춘몽이 아닐까 싶다.
새해가 지난지 얼마 안 된 올해 겨울이었다. 친구와 강남역으로 향하는 심야 택시를 탔다. 우리 집 반려견의 밥을 안 챙겼다며 친구와 대화하던 도중 얼떨결에 중년의 남성 기사님과도 함께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차가 정차하고 도착지에 내리려는 순간 기사님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조수석에 있는 까만 봉투를 부스럭거리셨다. 그 안에는 은박지로 싸여있는 반쪽 삶은 고구마가 들어있었다. 그러면서 원래는 본인의 간식으로 먹으려고 하였는데 우리 집 반려견을 갔다 달라며 고구마를 건네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은박지에 싸여진 고구마를 가방에 넣었다. 고구마는 식어있었지만 마음만은 무척이나 따뜻해진 하루였다.
한 3년 전쯤이었을까. 코로나가 한참 심했을 때였을 거다.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억울한 소송건에 휘말려 집에 가는 길에 엉엉 소리를 내며 울음을 토해냈다. 기억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집에 도착하는 내내 기사님은 울지 말고 꼭 청년이 힘내길 바란다며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셨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느낀 날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복을 짓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