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겁이 많고 내성적인 아이라 발표 시간에 손도 들지 못했고 워낙 소심하고 위축된 아이라서 내 의사 표현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성인이되어서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도 표현할 줄 몰랐다.
우리 집은 넉넉한 가정이 아니라서 생계에만 신경 쓰셨던 부모님은 나에게 늘 무관심하셨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여러 개의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내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해 나갔다.
내가 씩씩한 아이였다면 학창 시절이 더 좋은 추억으로남았겠지.
내가 용감한 아이였다면 그때 그 사랑을 놓치지 않았겠지. 그럼 지금쯤 아이를 낳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겠지.
내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전전긍긍하며 살지도 않았을 테고
부모님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면 좀 더 밝고 사랑스러운 성인으로 자랐겠지. 그리고 부모님을 원망할 마음도 안 생겼겠지.
사랑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난 사랑을 주는 게 더 좋았다. 사랑을 줄줄만 알았다. 그래서 잠깐 성직자의 꿈을 가져본 적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잘 다니던 국공립 직장을 퇴사하고 연극배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무작정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들어갔었다. 3년 동안 해온 연극을 그만두었는데도 아직도 공연을 보면 못이룬 꿈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때 내가 성직자의 꿈을 이뤘다면 지금쯤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
그때 내가 연극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탄탄한 배우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다.
그때 내가 국공립 직장을 퇴사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겠지.
종종 내가 영화배우로 성공하여 청룡영화제에서 이쁜 드레스를 입고 울면서 수상소감을 말하거나 성공하여 유퀴즈에 출연해 웃으며 인터뷰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하며 난 내가 한 선택을 종종 후회하기도 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쯤 다른 삶을 살아가고있겠지.
그러나 우리는 모두 다 미완성이다. 완벽한 인생도, 완벽한 사람도 없듯이 우리는 오히려 '완전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아닐까.
미래는 알 수 없고 현재는 화살처럼 지나가며,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우리의 인생에 정답은 없기에 실패도 없다고 생각한다.그동안 내가 도전해온 궤도와 추억만 있을 것이다.
다만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 이외엔 백프로 확실한 것은 없지 않을까.
살아있다는 것은 우린 다 죽어간다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니 하루하루가 더 감사해진다.
문뜩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의 삶이 누군가에는 꿈일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난 내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은 다 배우며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후회 없이.
지금처럼 매일 조금씩 글을 쓰다 보면 나중에 뭐라도 되어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이 좋다.
나의 못난 부분도, 나의 단점도 인정하고 수용해 줄 것이다. 상처 많은 나의 내면 아이를 바라보며 꼭 안아줄 것이다. 괜찮다고. 그동안 애썼다고.
나는 내가 참 좋다.
난 다시 태어난다 해도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