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새끼 야 너 똥 싸지 마"
오후 7시쯤 반려견과 골목길에 산책하던 도중 빌라 1층 현관에 서 계시던 할머니가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간혹 대변을 안 치우고 가는 견주들이 종종 있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작정 욕설과 소리를 지르니 매우 불쾌했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날씨가 선선해져서 반려견과 평온하게 시원한 바람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던 찰나였다.
오늘 같은 일은 사실 처음이 아니었다. 저녁 동네 산책 시 여러 번 겪은 일이었다.
한 번은 동네 작은 공원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운동하시며 걸어가시던 할머니가 "젊은 아가씨가 애를 낳아야지 개를 키우면 어떡해"라며 지나간 적도 있었다.
또 한 번은 전봇대에 반려견이 대변을 보아 배변봉투로 치우고 있던 도중 빌라 앞에 계시던 중년 아주머니가 "어이 똥 좀 잘 치워요. 안 치우고 가지 말고. 예? 알았아요?"라고 말해 내가 대답이 없자 "저기요"라며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억울했다. 난 배변봉투도 항상 들고 다니고 산책 시 배변을 안 치운 적이 없었는데 무작정 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며 무례하게 언성을 지르시는 게 그저 황당했다. 그러나 난 겁이 많은 성격이라 매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다음에도 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에도 용기 있게 대응할 자신은 없다.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덩치가 큰 성인 남자였으면 저렇게 면전에 대고 욕설을 하실 수 있었을까.
내가 키가 작고 왜소한 여성이라 만만해서 더 그런 건 아닐까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속상한 마음에 유기견 단톡방에 오늘 있었던 일을 하소연했다.
그러니 소믈리에 직업을 가지신 남성분이 이야기하기를 자기는 예전에 막걸리 엑스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할머니께서 아침부터 술 처마시러 모였냐는 말을 하시며 지나가는 분도 봤다고 하셨다.
그래 나만 겪는 일이 아니구나. 다소 불쾌하고 황당하기는 하지만 오늘 일로 인해 경계심이 일어난 내 마음도 살필 수 있었고 피해의식을 벗어나 보자. 세상은 내 편이다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기로 다짐하였다.
그래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걸.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생각을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