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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실>

우리는 무슨 인연이였을까

by 진다르크

"절대 다시는 보지 말자"


20대 초반에 만나 20대 후반까지 교제했던 남자친구와의 권태기, 우울증, 사업까지 모든 것이 꼬이고 매우 힘든 시기였다.

절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고 우리는 악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무려 4번이나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한번은 선술집에서, 한번은 집 앞 편의점 앞에서, 한번은 공원 앞에서 마지막으로는 전철역 근처에서.

우연히 3번째 만남까지는 우리는 서로 적이라고 생각하여 방어기제를 부리는 비꼬는 말투로 서로 안부 인사를 건네며 지나쳤다.


그리고 마지막 전철역 근처에서 만났을 때는 서로 동시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절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힘든 기억만 떠올라서 저 사람이 너무 싫었는데 우리의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인가 싶었다.


"우리가 아직 인연 끈이 남아있나 봐. 계속 우연히 이렇게 만나는 거면 보면 너무 신기하다."

내가 체념을 하며 이야기를 꺼내자 그도 "나 지금 소름 돋았어"라며 팔뚝을 문지르며 이야기한다.


끝난 줄 알았던 인연이 끝난 게 아니었다. 끝인 줄 알았던 인연줄은 단지 마지막인 것처럼 보였을 뿐 인연줄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나는 빨간 실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수많은 빨간 실을 이루며 삶을 살아간다.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이어도 빨간 실이 이루어져 있으면 언젠간 만나게 되고 만나고 싶은 인연이 있다 하더라도 빨간 실이 끊어졌다면 만날 수 없다.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다. 난 이 말을 생각하며 그리운 인연들이 떠오를 때마다 위안을 삼는다.

이번 생의 인연줄이 여기까지더라도 분명 다음 생에는 꼭 만나게 될 거야.

전생에도 우리는 인연이었으니 이번 생에 만난 것처럼.


이번 생에 나를 힘들게 했거나 내가 유독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인연들이 있다면 난 이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


내가 전생에 저 사람에게 진 빚이 많나 보다. 저 사람에게 진 빚을 내가 갚으려고 하나보다.


'영진이는 잘 지낸다니?'

몇 주 전 상대방의 부모님이 나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상대방도 다른 이성과 교제를 하며 유난히 내 생각이 떠올랐다고, 나의 생각을 자주 했었다고.

그 말을 듣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나를 생각해서 우리의 에너지, 주파수가 이어졌나 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이게 집착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생각의 주파수, 에너지가 이어져서 다시 그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인연은 어떤 누구를 만나는지 모르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모른다.

당장 내일 어떤 새로운 인연이 나에게 다가올지,어떤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될지.

헤어졌던 인연들과 다시 재회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우연히라도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인연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아도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이 있다.


그래서 인생은 재밌다.

그때는 악연이라고 생각했던 우리가 다시 대화를 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추억의 기억은 너무나도 달랐고

그때 그 사람도 참 외로웠겠구나. 나는 나의 힘든 것만 생각했었구나. 그때 좀 더 그 사람을 보듬어줄걸.

이제는 그 사람이 안쓰러워 보였다.

추억은 미화가 되는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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