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사를 하며>

힘겨운 서울살이

by 진다르크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이사를 몇 년 동안 미뤄왔다가 드디어 이사를 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오한과 미열 증상을 버텨내며 버거운 청소와 이삿짐을 마무리했다.


역시나 이사는 쉽지 않다. 서울살이를 시작하면서부터 10번이 넘는 수많은 이사 경험이 있어 신분증 뒷면 전입신고 공간이 부족해 재발급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몸은 고단했지만 더 넓고 쾌척해진 집을 보니 마음만은 매우 설레고 기쁘다.


강남역에 거주한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아직까지도 난 우리 동네가 좋다.

새벽에 팝콘이와 산책을 해도 밝은 네온사인과 높고 화려한 빌딩, 넓은 인도 그리고 가까운 인프라까지.

다만 저녁이 되면 더 시끄러워지는 동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집을 알아보던 중 한눈에 보자마자 아 이 집이다 싶었다. 그전에 살던 집도 넓고 아늑한 집이었고 막상 이사 가려고 하니 3년 동안 머물렀던 정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사를 꼭 가고 싶었다. 계속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본다면 그냥 그 집을 계속 떠나고 싶었다. 이사 온 이후로 삼재가 우연히 겹쳐 안 좋은 사건들이 몰아닥쳤다. 그리고 그것이 안 좋은 기억들로 자리 잡았고 삼재도 끝났겠다 올해 가을부터 좋은 운이 들어온다고 하니 환경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전 집은 소음이 커서 불면증을 늘 달고 살았고 옷 속에 항상 파묻혀 사는 갑갑한 기분이었다. 물건들을 버리니 개운하면서도 내가 그동안 물욕에 치여 한심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옷 속에 파묻혀 사는 주인공으로 자전적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집 크기와 정리 정돈은 사람의 마음가짐과 마음 크기(마음의 여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자취를 하며 깨닫게 되었다.


봉천동 3평 반지하에서부터 시작한 서울살이. 그동안 잘 버티며 고생했던 나 자신에게도 토닥여 주고 싶다. 아직은 이사 온 집이 낯설지만 수면도 푹 취하고 앞으로의 나의 계획도 이루어지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범석,<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책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