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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참 다행이다>

좋게 생각하자

by 진다르크

한 달 전에 보이스피싱을 당해 1300만 원가량을 피해를 보았다.

경찰에 신고 접수를 하고 지인들에게 사기당한 소식을 말하였다.


"너 바보냐? 그거 너무 옛날 수법인데 아직도 그거를 당하는 사람이 있네"라는 친구의 말에 자책이 심하게 들었다.

아 그래 난 바보, 병신이다 뉴스에서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런 이상한 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얼마나 나의 오만이었는지를 깨달으며 말이다.


또 다른 친구는 "야 그래도 전 재산, 몇 억을 사기당한 사람들도 많잖아. 그러니까 힘내"라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 생각을 바꿔보자. 이미 사건은 생겼고 돌이킬 수 없기에 여기서 더 이상 내가 자책하고 스트레스받아봤자 나만 손해이지.


2천만원 안 뜯긴 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아프지 않고 건강한 거에 감사하자.

내가 지금 누리고,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자.

인생 공부했다 치자. 그 사람은 꼭 벌받을 거야.


나를 보고 초조해하고 불안해 보인다는 말을 덧붙인 은행 창구 직원은 "요즘은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에요. 사회적 지위가 높으신 분들도 대출사기 당하시고 그러세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고객님."이라고 말하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화가 났다가 분했다가 너무 억울했다가 나 자신이 병신 같았다가 모아둔 돈을 까먹은 것에 대한 자괴감과 여러 가지 감정들이 나를 괴롭혔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7년 된 친한 여동생과 남자친구와도 오해가 생겨 인연들이 떠나갔다.


그래도 나를 여전히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지인들과 "이천만원 아닌 게 어디야 럭키비키잖아~!"를 외치며

생각의 습관을 바꾸고 있다.

인생은 움직이는 추라고 한다.

고통도 행복도 영원하지 않는다고.

이 고통도 영원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으며 가족들과 우리 반려견 팝콘이가 건강하고 나를 걱정해 주는 지인들도 있으며

"2천만원 아닌 게 어디야 나 완전 럭키비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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