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남,<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읽고 난 후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022, 메이븐

by 진다르크

지은이 김혜남은 국립정신병원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2006년에는 한국 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데 2001년 마흔세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병마와 싸우며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해 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고 말한다. 저자 김혜남은 아직 자신은 죽은게 아니며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작년 이맘때쯤 나는 혼자 로마 여행을 떠났다. 그날 로마로 가던 비행기의 난기류가 심해서 승객들 모두 두려움에 떨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사는 하늘의 영역이므로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무엇을 회한할까. 어느덧 비행기는 다시 안정감을 찾았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휴.. 감사합니다."


나는 지난 과거를 자주 곱씹으며 자주 후회를 하곤 한다. 그때 그러지 말걸. 그러다 문득 과거에 머물러있는 나의 모습이 어리석다는 것을 통감했다. 오늘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인데 과거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지금, 이 순간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래도 계속 후회가 된다면 90살인 내가 과거인 지금으로 시간 여행을 해서 더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지금 지은 죄를 갚고 있구나. 보은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주문을 외운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질 것. 내가 모두를 사랑하지 않고, 이유 없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타인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

힘을 빼면서 살 것. 완벽주의보다는 경험주의이며 실수 또한 한 편의 연극을 찍고 있다는 것을.

명랑하게 살 것. 더 많이 웃고 사소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낄 것.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일 것. 내가 하는 계획과 주님이 주시는 계획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 것.

더 사랑할 것. 그리고 범사에 감사할 것.


[언제부턴가 방향은 고민하되 방법은 고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모든 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은 변수에 휘둘릴 필요도, 목표에 목을 맬 필요도 없다. 설정한 방향에 맞춰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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