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앞으로 3개월밖에 못 산다면?>

by 진다르크

"앞으로 길어야 3개월입니다.."

이거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장면들이잖아요. 다들 이런 상상 한 번쯤은 해보셨잖아요. 나는 가뜩이나 죽음과 사후세계에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도 풍부해서 이런 상상 종종 하기는 했었어요.

음..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어요. 일단 나는 팝콘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갈 거예요. 그것도 보름 살기로요. 왜냐하면 이게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거든요. 가서 이쁜 카페와 소품샵도 가고 말에게 당근도 주고 올 거예요. 팝콘이와 바다 산책은 당연하고요. 두 번째로는 내가 그동안 해왔던 작문 작업들을 독립출판물로 출간할 거예요. 그동안 마무리하지 못한 소설도 꼭 완결할 거고요. 사실 진짜 꿈은 등단 작가가 되는 건데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깐요. 음.. 그리고 계속 그리웠던 전 연인의 집에 방문해서 손 편지를 전달할 거예요. 얼굴 한 번만 보고 싶다고 부탁해서 그가 승낙을 한다면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설령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해도 내 손 편지는 꼭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미국이나 싱가포르, 하와이 여행 계획을 세울 거예요. 아 맞다. 그럼 팝콘이와 떨어져 보내야 하니까 이건 취소할게요. 대신에 요가와 피아노를 다시 배울 것 같아요. 저녁에는 반포 한강공원에 가서 무지개분수쇼도 보고 올림픽공원도 갈 거예요. 롯데월드도 무진장 가고 싶은데 용기 내서 혼자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불판 위에 꼭 김치도 같이 올려서 삼겹살을 먹을 거예요. 그리고 이것도 저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데 보육원에 방문해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할 거예요. 그리고 반년 동안 못 갔던 유기견 보호소도 다시 방문할 거예요.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평소처럼 지낼 것 같아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 바닐라라테를 마시고 목욕탕에 가서 온탕을 즐기고 팝콘이와 산책을 하고 주일에는 성당을 갈 거예요. 자주 가는 애견카페에 가서 멍 때리고 독서도 하고 아, 가끔 마사지도 받고 등산과 서점도 갈 거예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팝콘이에게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매일 안아주고 뽀뽀해 줄 거예요. 그러다가 침대에서 내가 잠들면 그냥 평온하게 가고 싶어요. 마음 같아선 팝콘이를 꼭 껴안고 가고 싶은데 얘는 매일 내 다리 밑에서 자고 만지면 도망가는 애라 그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는 본집에 들러 엄마와 언니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네고 싶은데 용기와 마음속 응어리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참 생각해 보니까 진짜 별거 없네요. 내가 늘 지내고 있는 일상생활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인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돼요. 그러니 앞으로 부정적인 일에 더 이상 감정 소모하지 않고 더 감사하며 살 거예요. 눈을 뜨면 오늘 하루가 기적이고 맑은 날 내리쬐는 햇볕에 평온함을 느끼며 감사 기도로 마무리하며 잠들 거예요. 그런데 정말 사람이 죽으면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요? 아니면 다시 환생하는 걸까요? 내가 천국으로 간다면 하느님을 만나겠죠. 그곳은 매일 평화롭고 맑은 하늘일 것 같아요. 그리고 팝콘이도 다시 만나겠죠. 근데 내가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면 아마 나태 지옥으로 갈 것 같아요. 아, 수녀님이 연옥이라는 곳이 있다는데 우리 집은 나만 가톨릭이라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근데 난 원불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지 얼마 안 돼서 환생을 사실 더 믿기는 해요. 다음 생에는 부잣집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니면 미인으로 태어나서 연예인으로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아, 아니다. 그냥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어요. 내가 실수해도 나를 포용하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 말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잘 놀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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