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의식 과잉일 만큼 자아성찰을 너무나도 딥하게 하여 그게 오히려 자책감으로 이어져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러니 자존감은 내려가기 마련이고 요즘 들어 화병도 심해지고 나는 자기 전까지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그래서 pesm 증후군 즉 생각이 많은 병이 매우 의심스러워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예전부터 심리에 관심이 매우 많아 자료를 스스로 찾아보기도 하고 정신과를 너무나도 방문하고 싶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병원은 예약환자로 가득 찼다. 처음 방문한 병원은 온통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원래 정신과가 다 흰색으로 되어있는 건가..'
나는 나의 병명을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상담실 문을 열자 의자 등에 편히 기대어 앉아있는 남자는 안경을 치켜세우며 인사를 건넨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나의 유년 시절, 부모와의 관계, 무엇이 결핍되었는지, 나의 단점들, 최근 들어 화병이 심해진 이유, 과거를 계속 곱씹는 습관들을 토해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초과되었고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껴질 만큼 상담은 나에게 흥미로웠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의사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성인 ADHD가 의심돼 보여요. 정확한 진단은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이게 3달이 밀려있어요. 일단 약을 먼저 복용해 보고 경과를 지켜보죠"
나름 예상은 하고 있었던 답변이었다. 그래도 의사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약간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성인 ADHD 증상과 치료법, 그리고 장점까지 찾아보았다.
간혹 대화중 엉뚱한 질문을 한다거나 망상을 많이 하고 거절을 잘하지 못해 피해를 여러 번 입은 경험이 있다. 호기심이 많아 한 분야에 깊숙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고 종종 지인들에게 4차원 소리를 듣는다. 쌓여있는 화병으로 인해 최근 충동적인 언행을 한 적이 있고 말이 매우 많다. 대화를 할 때 종종 말을 끊기도 하며 독서의 집중력이 짧다.
아 그래서 내가 이랬었구나 그동안 나의 언행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이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학창 시절 매우 내성적이고 조용한 기질의 아이였다. 수업을 들을 때 망상을 많이 했고 시험공부도 내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나름 장점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집중력을 잘 발휘할 수 있고 짐 캐리, 아인슈타인, 모차르트도 성인 adhd를 앓았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의 잠재의식을 충분히 잘 활용만 한다면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나는 나의 병을 나쁘게 바라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다재다능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범불안장애까지 앓고 있는데 약을 복용하고 나니 확실히 평온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약 효과는 바로 나타났고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 평온한 감정으로 여태 인생을 살아왔다고?'
내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었기에 마치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약 부작용은 얼마 못가 신체에 바로 나타났다. 속이 매스껍더니 여러 번 구토를 하여 며칠 동안 고생하였다. 그 후로는 약 복용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그리고 의외로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지인들을 몇 명 찾아볼 수 있었다. 나의 SNS를 통해 자신도 사실 오래전부터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한편으로는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까지 생겼다. 아무쪼록 나도 우리 모두 다 심신의 건강을 잘 챙겨나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