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이 제일 중요해 넌 철 좀 들어 너랑 대화하면 너무 답답해.."
그날은 늦은 새벽 친한 언니에게 맥주 한잔하자며 연락이 왔었다. 서로 집이 가까웠고 내가 의지했던 언니였기에 흔쾌히 집으로 달려갔다. 언니가 미리 시켜놓은 치킨 그리고 편의점에 함께 들러 산 육포와 치킨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아 물론 돈 중요하지. 나도 돈 좋아해 언니. 근데 나는 내가 하고 싶고 배우 싶은 게 더 중요해"
나는 다소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돈 얼마 모았다고 했지? 너 그렇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
언니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래도 나 저축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 금액이 적어서 그렇지. 그리고 이제는 물욕도 없어서 만원이라도 조금씩 기부하는 기쁨이 더 커."
20대의 나는 그야말로 못말리는 물욕 왕이었다. 정말 장롱이 터질 정도로 옷이 넘쳐났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을 구석에 짱박아 놓거나 버리고 다시 사는 것을 반복했다. 옷뿐만이 아니었다. 가방, 화장품, 액세서리,텀블러, 인형까지. 심지어 나는 요리를 전혀 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주방용품을 사고 음식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먹지도 않은 채 냉장고에 몇 년 동안 방치하였다. 그래서 늘 냉장고 안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가득했다. 이로 인해 당연히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이었고 자취를 한 이후로는 물욕이 더 심해졌다. 베란다에 쌓여있는 신지도 않는 구두들,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들, 옷은 마치 산을 연상케하듯 높이 쌓여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렇게 10년 가까이를 맥시멀 라이프로 살았다. 게다가 명품가방,오마카세,호캉스,해외여행까지 하느라 정말 저축은 나와 먼 세상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물건들이 버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물건들로 가득 찬 원룸을 바라보니 숨이 턱 막혔다. 게다가 항상 죽음을 생각하는 나로서는 죽으면 모두 흙으로 돌아갈 텐데 이 물건들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몰려왔다. 결국 그렇게 즐겨 했던 쇼핑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옷은 단지 나의 신체를 보호하는 물건일 뿐이며 소가 헌 옷을 뜯어먹고 있는 다큐까지 시청하고 나니 지구환경보호와 함께 물욕이 점차 줄어들었다. 작년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물건들을 전부 다 버렸다. 이삿짐 기사님이 놀랄 만큼 짐들은 많았고 막상 다 비워지니 마음이 너무 홀가분하고 개운해졌다. 내가 왜 그동안 물건 속에 파묻히며 어리석게 살았을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나의 내적 성장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 늘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 학원등록, 유기견 센터에 매월 만원씩 기부하기, 신앙생활, 성경 정독, 마음공부, 독서, 무의식 정화, 명상하기, 건강한 음식 섭취하기. 요즘은 도서 값도 아낀다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고 노견인 팝콘이의 노후저축까지 하고 있다.
나는 평온하고 소박한 삶이 좋다. 안빈낙도 즉 가난한 생활을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킨다는 사자성어인데 다소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는 맞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기 때문에 경쟁과 비교,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된 나라이다. 다른 나라는 행복의 우선순위 1위가 가족인데 우리나라는 돈이 1위라고 한다.
물론 나도 돈 좋아한다. 너무 좋아한다. 나도 부자 되고 싶다. 로또도 자주 산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돈이 삶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결국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심신의 건강과 항상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고 늘 불평불만에 자신을 성찰하지 않고 생각과 언어가 빈곤하다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니 우리 사랑하며 살자. 그것이 전부이다. 오늘도 나는 사랑의 에너지로 가득 찬 하루를 살기 위해 잠재의식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사랑하고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