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기쁨

전복과 손주 녀석

by 틈새



구정이 가까워지니 택배가 많이 온다. 오래전 선생님에게 잊지 않고 명절 안부를 묻는 제자의 선물도 있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서로 오가지 못하는 대신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남편의 제자 중에 아직도 잊지 않고 명절 때면 선물을 보내는 이가 있는데 이번에는 전복을 보내왔다. 열어보니 아주 큰 녀석들이 살아있다. 싱싱할 때 먹으려고 서둘러 손질한다. 전복 손질은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전복을 껍데기에서 분리해내는 일은 참 쉽지 않다. 남편은 전복 내장을 아주 귀히 여기기 때문에 내장도 잘 손질해 두어야 한다.


오늘은 손주 녀석이 택배 푸는 것부터 함께 했다. 커다란 전복이 다 살아있네. 아주 크네. 하면서 한 마리는 자기가 키워볼 거라고 한다. 무엇이든 보면 키우려 드는 녀석이다. 아장아장 첫걸음을 떼었을 때는 놀이터에서 작은 개미를 보면 그리 좋아하며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했다. 엊그제는 길을 잃고 아파트 길에서 방황하는 달팽이를 데려오기도 했다.


넉넉한 그릇에 담아서 전복이 잠겨있던 바닷물을 부어 주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전복 앞을 떠나지 않더니 주방에 와서 한 마리를 더 달라고 한다. 전복을 결혼시켜야겠단다.


“결혼? 전복이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 했더니 자기가 결혼을 시키는 거란다. 사람은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전복은 전복을 낳아서 우리가 더 많은 전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덟 살 먹은 사내 녀석이 결혼을 생각해 본 거란 말인가? 결혼에는 종족 보존의 목적이 있다는 거 이 녀석이 아나? 암튼 두 마리를 그릇에 담아서 그 앞을 떠나지 않고 관찰하고 있다. 만져보고 눌러보고 뒤집어보고 밀어보고.....


“먹으라고 보내준 선물이야. 전복은 바다에서 살아야 해서 금방 죽을 텐데 그냥 맛있게 먹는 게 낫지 않을까?” 했더니 할머니를 빤히 바라보는 눈빛이 할머니가 그렇게 야만적인 사람이었습니까? 하고 묻는 빛이다.



오후에 태권도장 셔틀에서 내려 할머니 손을 잡고 돌아오면서 할머니 야만적이라는 게 뭐예요? 하고 묻는다. 교양도 없고 예의도 잘 갖추지 않고 함부로 행동한다는 뜻일 거야. 하고 말해주었다. 전복은 먹는 거라고 키우는 거 반대한 할머니를 야만적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맞지? 아까 너의 눈빛이 그랬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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