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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Sep 18. 2024

상대적 박탈감

내 그릇의 크기부터 점검하자.

느슨해진 몸짓 때문일까?

낯선 서울 나늘이, 귀퉁이에 걸려있는 꽃무늬 마를 꺼내 입었다. 꽉 낀 허리, 참을만했다.

날씬해 보이고 예뻐 보이려면 그만한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쯤이야..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 건 쪼인 허리 밑에 터질듯한 볼록한 똥배 연신 눈에 거슬렸다. 손으로 힘을 주어 집어넣어도 다시 공기가 주입된 풍선 처럼 원상복귀가 되어 예민한 신경을 거슬렀다.

인정하고 살자고 하면서도 예견치 못한 작은 상처가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특히 날카롭게 선 칼 날에는 기분이 다른 방향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서울행 버스 안에서 어제의 감정을 복기하며 적었다.

많은 걸 가졌고 사소한 거에 감사했다.

틀에 박힌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절제력이 생긴 듯했다. 고유의 명절 연휴 동안 닫힌 테두리를 벗어던지고 열린 공간으로 자연스레 몸을 들이 다. 피 섞인 형제였지만 어느새 작은 울타리의 또 다른 가정이 형성되어 만나는 횟수가 많지가 않았다. 이런 형식상 연휴가 아니면 1년에 몇 번이나 만나고 살까?  


어색하다. 오빠라는 친근한 단어가 무색할 만큼 스스로 거대한 담을 쌓고 대한 느낌,  이런 낯선 느낌이 싫다. 먼저 스쳐성격 발랄한 3살 어린 그녀(질부)의 말이 아른 거렸다.


"마음 부자, 사람부자. 행복부자"


돈은 없어도 마음은 늘 부자란다.

아들 셋을 키우지만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세상만사 그냥 즐거워하는 김여사였다. 그녀를 데리고 사는 조카는 한없이 철없는 아내라서 맞춰 살기 무진장 힘들단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울 때 갑자기 자식 얘기가 나오니 어느 감성을 자극했는데 몽글몽글 촉촉한 눈망울을 뿜어냈다.

그녀로 인해 함께했던 이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속에 두 가지 마음이 존재하단다.

선과 악, 이타심과 이기심, 천사와 늑대.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시기 질투도 튀어나왔다가, 배려와 존중도 스몄다가 오락가락 파도타기 삶이다.


오빠는 시간이 갈수록 자수성가로 부자의 그릇에 입문했다. 돈이 생길수록 그 사람과는 자꾸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그런 느낌,

오랜만에 아들과 조카를 앞세우며 나타났다. 만나지 오래되서 그런지 할 말이 별로 없다. 활기차게 마주하는 인사말을 끝으로 빙빙 침만 삼키지 침묵으로 마주했다. 다행히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스포츠 하나로 뭉쳐진다. 이럴 땐 바보상자 TV도 중매쟁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형부랑 조카랑 오빠 사이에서 야구하나로 결속을 다졌다. 그 틈을 낄 수가 없다. 저만치 놓인 식탁에 앉아 낯을 달래려고 쓰디쓴 커피를 훌쩍였다.


각자의 삶을 연출하는 긴 공간동안 서로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이 달랐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긴 침묵 속에 까칠한 성격을 달궈준 건 오빠와 조카의 대화에 가 낄 여백도 없었고, 삶의 격차도 크게 느껴져서 고요했던 마음이 콩딱 콩딱 뛰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이런 이기적 마음을 눈치챌까 봐 애써 태연한 표적을 지어 보였다.


"아무개야? 시간 되나.

우리 어디로 골프 여행 가게 시간 비워나?

12월에나 갈까? 니들 있으니 영어 믿고 자유여행으로 가자. 4박 5일로 스케줄은 니들이(아들과 조카)  상의해서 잘 쫘봐!"


삶과 일에 허덕이느라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이라 가진 자의 여유 있는 발언에 질투가 올라왔다. 형부랑 언니도 곁에 있었는데 그분들은 천사표라 나처럼 이기적 마음이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자기 합리화로 주문을 걸어 평화를 불러오려 무진작 애썼다.


유유히 시간은 흘렸다.

갑자기 조카랑 무슨 대화를 했는지? 그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갑에서 5만 원짜리를 세더니 30만 원 조카에게 들이민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용돈이라며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거래였다. 그러더니 바로 옆에 있는 아들이 신경이 쓰였던지? 20만 원을 꺼내 아들에게 내민다.


잘못된 행동은 아닌데 왜? 내 기분이 더려웠을까?

욕심이 많아서 질투라는 화신이 자꾸 날 조정했을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그 속에 깃든 의미는 무얼까?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둘 다 나이는 어린데 차도 나보다 훨씬 좋은 걸 타고 다닌다. 부모 잘 맞나 돈에 구애를 받지 않은 어린 조카들이 조건이나 상황으로 감춰진 욕구를 자극했다. 비교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비열하게 자꾸 성공하고 싶은 열정이 꿈틀거렸다. 힘겨운 노력 끝에 부자의 대열의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을 보니 나도 돈을 거머쥐고 싶었다. 당당하게 쓰고 싶은 곳에 쓸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웠다.


중요한 건 노력이었다.


"자극을 동기부여로 바꿔라. 열등감아 아니라 디딤돌로 만들어라."


 오빠의 모습이 부러웠다면 지금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라. 남하고 똑같이 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해라.


빈 몸으로 거대한 물질을 가졌다.

얼마나 힘든 투정 속에 일궈진 몸집이었다.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


"매일 요동치는 주식에 오빠는 신경을 안 쓰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당연히 신경히 쓰이지?"


새롭게 시작한 아침이면 오빠는 자기 회사 주식의 변동에 따라서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돈그릇, 말그릇, 사람그릇."


먼저 나 스스로 꿋꿋한 중심축 먼저 점검하자.

내 그릇 먼저 넓히자.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그릇부터 넓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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