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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Sep 27. 2024

세월아!  너만 가거라

몸이 힘들다 아우성이야

세월아~너만 가거라.

나는 쉬었다 가련다


모처럼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었다.

하얀 줄무뇌 원피스를 입었다.

허전한 귀에 귀걸이를 끼우려니 막혀버린 좁은 구멍으로 가녀린 심이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끼려니 소리 없는 비명소리를 질렀다.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걸치지 않은 피부 사이에 연탄재처럼 그을린 팔과 다리가 볼썽 사놔웠다. 갓 감은 머리 촉촉한 물기 너머로 흰머리가 군집을 형성하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형성했다.

양 쪽 귀퉁이 흰머리 속 절규

꽉 틀에 박힌 편한 공간에서는 아무렇지 않던 그 흔적들이 모처럼 근사한 생일파티에 가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가?


어느 순간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오래된 익숙한 만남이라 외출할 때 시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그 자체를 보여줬다.


언제나 내 편인 언니가 오늘 생일이었다. 가까이 사는 아들이 엄마의 생파를 신라스테이 뷔페로 예약을 잡았났다고 한 달 전부터 준비된 약속이었다.


 어느 순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느라 다가올 일에 꼼꼼히 챙기지 않는 낙천적 성격으로 바꿔 있었다.


 평상시 괜찮았던 모양새가 오늘따라  눈에 가시처럼 거슬렸다.

주어진 여유시간 넌 뭐 하고 살았냐!


살짝 걸었던 진주 목걸이 남의 것 훔쳐 채운 것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어서 다시 풀어 버리고 가끔씩 채웠던 앒은 은색 줄 목걸이를 끼우고 귀걸이는 구멍이 막혔는지 포기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적당히 체념하지 않으면 언니들과의 만남이 엉망진창 될 거란 사실을 안다.


어떻게 여자임을 포기하고 사는 내가 괜스레 미워서 울컥했다.


좋아하는 책과 글쓰기로 자유시간 마음껏 누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격한 슬픈 감정은 왜? 찾아오는 건지? 감정은 아무 때나 나를 집어삼켰다. 더 이상 멋 부릴 시간이 없어서 헐레벌떡 나눔 할 감자와 버섯을 챙겨 미리 주문해진 꽃집으로 향했다.

늘 준비성 없는 이런 식인 내가 몹시 밉다.



머리끈이 없다.

늦은 와중에 사방팔방 머리끈을 찾았고 침대 위에 널브러진  책 "사흘만 살 수 있다면"을 챙긴다.


헐레벌떡 뛰어서  꽃집으로 도착했다.

핸드폰 지갑을 열어 결재를 하니 몇 송이 안 되는 예쁜  꽃다발을 들이민다.

35.000

"뭐예요 이렇게 작아요."


세상 물정을 모른 건지 물 건너온 꽃 대 여섯 송이가 포장지에 감싸졌다.


나도 모르게 던진 소리에 앳된 여사장님이 질세라 마음의 소리를 쏫아낸다.


"아이고 손님

이 정도면 많은 거예요.


시간에 쫓기다 보니 듣는 둥 마는 둥 몸을 휙 돌아서는데 낯선 이방인이 생뚱 맞인 소리로 분위기를 전환시 겼다


손님으로 앉아있는지?

 아는 분인지? 모르지만 나이 지긋하신 남성분이 한마디 던진다.


"사모님이 더 이쁘시네요?"


마음에 안 든 꽃다발과 늦은 약속 때문에 그 남자의 얼굴도 달콤한 말도 귀띔으로 들렸다.


급하게 약속장소로 운전을 하는데 좀 전에 던진 남자 손님의 말이 자꾸 되씹으며 얼굴에 키득키득 웃었다. 좋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분위기랑  좋은 공간에서 낭만파 언니들과 쉴 새 없이 세상사는 힘겨운 이야기, 마음에 안 든 인간들 흉을 겁나 떠드니 급속도로 체력이 무너졌다.

시간은 혼자만 저만치 도망쳤다.


오래간만에 즐거운 시간 보내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오전에 볼상사나운 흰머리가 말을 걸어왔다.


"빨리 미용실 가"


보기 싫은 머리 처리하느라 미용실로 발걸음 옮겼다. 자주 가는 곳이라 원장님 말이 더 서글펐다. 슬그머니 양 옆 쪽 머리를 들추더니 아픈 구석 또 한 번 헤집어 놓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속도가 빨라졌놔!

지들 마음대로 막 달려가..

내 머리가 이럴까 봐 겁냐!"

염색하고  한 컷

쉴 새 없이 달리는 시간의 속력 앞에 낡아빠진 몸과 흩어진 정신력은 억척같이 고함을 질려 되었다.


"세월아 혼자만 가냐

함께 가야지!  야속한 놈"


나이는 못 속여~그냥 인정하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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