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이 빛나는 밤에 Oct 10. 2024

친구야 미안해!

언제나 그 자리서 반겨주는 너라서

친구야!  미안해

몸도 아프고 운전도 못하는 너라서 매번 귓속말로 속삭였지?


"가끔씩 수다나 떨고 살자!

갈수록 몸이 안 좋아져서 언제 세상 등질지 아무도 몰라.

너라 자주 와 주라"


사무실 근처에 어릴 적 소꿉친구가 살았다.

어찌하다 보니 사무실 일처리 하고 친구가 구워주는 삼겹살에  한 참 올라가던 주식얘기로 우린 그칠 줄 모르는 입담을 뽑아냈다. 알고 보니 벌써 3년 전쯤 얘기다.


먼 동이 터 오르는 아침, 헉헉되며 달리기 완주를 끝내고 여유 있게 쉼을 택하고 있는데 정적 속 벨소리 아픈 친구의 전화였다. 약 기운과 건설 일을 하는 남편 덕에 꼭두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친구였다.


"모닝커피 마쉬는데 내 생각나더라.

가스나, 가을이 지기 전에 놀러 와"


좋아하는 취미와 삶의 목표가 생긴 이후에는 어떤 만남이던 실속을 따지던 나였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딱 1분의 짧은 전화 속 울림에 목이 메고 감정이 울컥했다. 계속 소홀해진 내 몸짓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변한 건 없었다.

몸이 아프니 매번 투정 부리던 친구의 하소연이 매우 싫었던 기억이다. 여전히 친구의 삶은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팽팽한 고무줄처럼 아슬아슬했다.


"잘 지냈냐?

그냥 받아들이고 사니 문제될 게 없어!"


"그럴 수도 있지" 수용의 자세였다.

아픈 몸이, 오랜 시간이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자기 몸도 힘들 텐데 아들문제로 골모리를 썩고 있었다. 깊이 쌓인 아들얘기는 차마 꺼내 놓지 않았다. 나 또한 묻고 싶지 않았다.

자주 가던 코다리 집에서 허겁지겁 밥 먹으러 수다 떠느라 여념이 없었다.

" 커피는 집에 가서 마쉬자?"


오랜만에 친구집에서 부모님과 자식, 남편, 그리고 주식 얘기로 하염없이 떠들다가 난 사무실 일처리로 자리 벅차고 일어났다.


마지막 친구의 말이 아른거렸다.


"내 주위에 아픈 사람이 많아?

  난 그 사람보다는 낳아.

아직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게 감사해!"


우린 타인과의 비교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때론 타인에게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했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인 건 아니지만.

괜스레 나만 힘들면 왠지 삶이 억울하고 배신감 느껴졌다.


우리가 함께했던 중학교 때의 추억.

그리고 잠시 오늘 함께 먹었던 코다리와 커피 한잔의 여유

다가올 미래에는 우린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해지긴 하다.

시간이, 세월이 우릴 아름답게 익어가게 만들어줄 거야.

아니. 너와 내가 그렇게 채워가자.

그 자리서 언제나 반겨주는 너인데 자주 못 가서 미안해?


#손꼽친구 #우정 #세월 #추억 #나눔 #코다리 #커피 #나답게

작가의 이전글 주사위는 던져 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