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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Nov 21. 2023

동탄호수공원 붉은 노을에 마음을 훔치다.

각자 주어진 달란트가 달라. 늦어도 괜찮아

생각의 한끝 차이


달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의욕은 넘쳤지만 행동은 NO였다.

나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가족의 행복도 중요했다.


요즘 아들과 산책하느라 달리기를 건너뛰고 있었다.

나를 닮은 아들이라서 온 우주의 고민들을 끌어오느라 마음이 분주한 아들이었다.

각자의 공간에서 열린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다.


자주 엄마에게 손을 내밀며 나의 벗이 되어 줬다.

"엄마 산책이나 할까?"

차마 달리겠다는 말을 못했다.

"그래 좋아"

아들과 산책하는 시간도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슨 고민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는 긴 방황의 시간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행복의 조건을 묻는다.

돈이 많이 있어서 행복한 걸 아니라면서 소. 확. 행을 말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서 사소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아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였다.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내 행복을 전부 줄 수만 있다면 아들의 삶에 통째로 주고 싶다.

요즘에 나는 너무 행복을 머금고 살았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이 내려주신 '하루'라는 선물 속에 아주 소박하게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고,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 자체도 너무 감사했다.

사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누리는 나였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원하는 목표가 있어서 하루가  분주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여러 권의 책을 골라 읽는 재미도 쏠쏠했고

하루 중에 어떤 글감으로 글을 써야 할지?를 고민하며 누리는 삶도 좋았다.


예전처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올려야 하는 강박도 없어졌고

완벽한 글, 잘 다듬어진 글을 쓰려는 의지도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생각 주머니가 작동하는 그대로를 적었다.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아!

어순이 안 맞아도 괜찮아!

결론이 없어도 괜찮아!

내 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되는 거였다.


감사하게 요즘에는 글 하나 올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뚝딱 써 놓고 다른 일상에 집중한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까닭이요.

도전하는 삶 또한 설레었다.

목표가 있는 삶은 하루를 분주하게 이끄는 매개체였다.


인생 제2 막을 사는 40대 후반에 목표도 삶의 행복도 찾았지만

아직 20대 초반의 아들이 삶에 대해 논하기는 너무 이른 기분이 들었다.


흔들리는 인생인 거 당연해!

목표가 뭔지 모르는 거 당연해!

불안하고 두려운 인생 또한 당연해!

세상이 불 공평하고 불만이 많은 것도 인정해!

남들과 비교하는 삶도 이해가 되지!

너만 뒤처지고 늦은 것 같은 생각 당연히 들지!

생각만 많고 행동은 옮기지 못한 거 어쩔 수 없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거야.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도전해 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입에서 맴돌고 말았다.

지금 받아들일 나이가 아니었고 아직은 작은 경험들이 필요했다.


인생이란 힘든 과정 속에 꼭 필요한 것은

아들이 직접 깨지고, 부서지고, 아파하고, 쓰러지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진실 말이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내가 겪은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아들의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직접 경험에서 얻어진 지혜가 답이었다.


행복해지려면 감사하려는 마음이 먼저였다.

사소한 행복도 중요하지만 작은 성취감으로 얻는 행복감이 훨씬 깊이가 있다.

땀을 흘려 운동을 하고

작은 목표를 이룰 때 

여행을 가서 사소한 경험을 하고 느낄 때

좋은 사람들과 소통할 때

자기 의지로 하루 일상을 살 때

끌려다니는 인생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생 말이다.


이제 인생 출발점에서 방황하는 아들이기에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아들이 책임지면 되는 거였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레이스였다.

친구들이 지금 잘 나간다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늘이란 점 하나를 잘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된다.


오늘이 모여 과거가 되고

오늘이 쌓여 미래의 결괏값이 된다.

소중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자.

모든 것은 지나면 그리워지는 법..

후회라는 단어를 붙잡지 말고 미련 없이 보내주자.


아들아~~

내 나이 스무 살 때 그리 많은 생각을 했던가?

살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다 때가 있는 법이었다.


단지 자기의 빛깔을 잃지 말자.

늦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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