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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Mar 27. 2024

인생의 비밀 노트

살면 살수록 숨기고 싶은 비밀이 늘어난다. 그게 뭐라고?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

자꾸 생각을 지우려 할수록 더 깊이, 강하게 떠올랐다.

생각이란 밀어낼수록 쫀득 거미줄에 얽혀 달라붙었다.

그냥 흘러가게 내 버려둬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데 

현실은 좀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야속한 인생이었다.


내가 나를 지배하지 못하고 누구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느낌

배경 자아가 경험자 아를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기억 자아가 왜곡해서 떠오르는 걸까?

내 안의 여러 개의 페르소나 때문에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냥 대충 살아...

어제부터 가슴 깊숙이 아우성치는 목소리에 혼자 가슴 아리 중이었다.

스치는 단어를 붙잡아 둔다.

'여기'에 풀어놓으면 마음이 시원해 질려놔!....


인생 비밀 노트


숨 가쁘게 걸어왔다.


그리고 멈췄다.


보였다.


놓쳤던 '후회' 한 자락 밀려왔다.


살다 보니


가슴속에 묻어야 할 비밀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남에게 들키기 싫은 나의 흠집 하나 숨어있다.


남에게 고백하기 싫은 감정 하나 묻어놨다.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아련한 추억 하나 저장했다.


가끔씩 꺼내보면 


아련한 셀렘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소스라치는 두려움으로 떠돌다 흩어졌다.


남에게 들킬 가봐...


심장이 두근 거려!


남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심장이 터져 버려


누군한테 확 꺼내 놓고 싶다.


저 몽둥이에서 외친다.


지금은 기회가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살면 살수록 숨기고 싶은 비밀 하나씩 늘어만 간다.


양파 껍질처럼 눈물 나게 상큼한 시크릿 한 


인생이었다.


적고 나니 마음이 한 결 편해졌다.

글이란 게 이래서 좋았다.

돈 들이지 않아서 좋고

아무 때나 흘겨 적을 수 있어서 좋고

언제든지 그날의 날 선 감정을 꺼내 볼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에게 위로 하나 얻고 싶어서...

이것 또한 함께 사는 세상이었다.

소통하는 세상!


답답한 마음을 꺼내 보이고 다시 핸드폰과 겹 눈 지 하니 향긋한 글귀가 메일에 도착했다.


"여보게 산이 보이는가"


진한 감동이 머문, 영혼이 살아있는 글과 함께 하니 또 마음이 울컥했다.

마음아 도대체 넌 누구니?

18세 소녀도 아니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냐?

아니면 세상 사는 게 그렇게 힘든 거냐?

너도 그렇다고..

나도 그렇다.


여보게 산이 보이는가 노승이 묻습니다.

허리 허이 가쁜 숨을 고르며 산을 오르니 산중에 숨은 절의 노승이 묻습니다.

그제야 나는 산을 오르는 데만 급급하여 버둥거리느라 발아래 핀 꽃 한 송이와도

제대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어 정작 산에 와도

산이 보이지 않은 겁니다.


그러니 노승의 눈에 내가 얼마나 측은하게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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