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시대, 변함없는 인간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by 김준겸

시대가 변한다. 환경이 변한다. 인식이 변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누가 읽느냐에 따라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책이 된다.

마키아벨리의 대표작 <군주론>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이름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현대에 와서 군주에 관한 책이 무슨 쓸모가 있지?"


확실히 현대에 와서 군주정은 대부분 그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저런 의문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이 책은 필독서로 지정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을까?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사랑했다는 이 책은 무엇을 품고 있을까?






세상은 그리 순진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군주론>을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때로는 어떤 불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그동안 접한 통치와 관련된 책들에서는 통치자는 덕으로써 다스리며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군주는 필요에 따라선 잔인해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척보기에도 심상치 않다. 군주는 필요가 없다면 약속을 지키지 말라고 하질 않나, 더 나아가 군주는 신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도 또 신민들에게 미움을 받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언뜻 모순되어 보인다.


이런 주장들을 가만히 듣다 보면 마키아벨리는 그저 잔인한 사이코패스에 불과한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오늘날에 와서 그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면 그냥 범죄자 내지는 인간쓰레기정도가 될 것이다.






완벽한 선을 추구할 순 없기에 악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왜 이렇게 말했을까?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군주도 결국은 '이상적인 성인'이 아니라, 한 명의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물론 군주가 항상 선한 품성을 유지하며 탁월함과 인자함으로 통치를 하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고 교황이 스스로 군사를 일으키는 당대 혼란스러운 유럽의 정국을 보며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인간은 항상 선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항상 선할 수 없다면 악함까지도 이용하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 과정을 결과를 통해 정당화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그러나 역사에 대해서도 해박했던 마키아벨리는 그동안 수많은 악행들을 결과가 어떻게 정당화해 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겠다면 미움받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위의 말은 언뜻 모순되어 보인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공포의 대상과 증오의 대상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미워하는 것에 돌을 던진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감히 그러지 못한다. 오히려 피하려고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복종하려고 한다. 마키아벨리는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의 가혹함과 냉정함은 대부분 권력자에게 향하고 있다. 보통 신민들에게는 잘 대해주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수많은 나라들이 타국의 공격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의 반란으로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무릇 가장 위험한 적은 내부에 있는 적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본성이 이끄는 데서 벗어날 수 없다.

흔히 서양에서나 동양에서의 가르침을 들여다보면 다들 말하는 바가 비슷하다. 바로 착하게 살라는 것이다. 당장 우리에게 친숙한 공자와 맹자도 덕으로써 다스리는 덕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가르침은 일반적인 사람이 따르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그의 손에 막강한 권력이 쥐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권력은 인간의 눈을 멀게하니.


<군주론>은 '성인'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이다. 시대는 선사를 넘어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접어들었지만, 인간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일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통찰로 정치와 도덕을 분리하려 했던 시도는 <군주론>을 고전의 위치에 올려놓기에 충분하였다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군주제 속에 살고 있지 않지만, 권력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의 이상이 아니라 인간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군주론>은 한 시대의 통치술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인간 이해의 교과서로 남는다.


우리가 현재 발딛고 있는 대한민국 역시도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세워졌으며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진실을 피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인간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불편한 진실이 때로는 가장 깊은 통찰이 되기에 우리는,
인간은 여전히 이 위험한 책을 책장 속에서 꺼내볼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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