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생애 다섯 번째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네 번째 다이어트에서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신기한 일이다. 그 10년을 절망에 가까운 포기 상태로 지내놓고 새삼스레 자신을 챙기려 하다니.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신기할 따름이다.
나의 사회적 관계망은 지금 다니는 직장이 유일하고 내 일상은 아침에 출근, 저녁에 퇴근, 집에서 먹고 씻고 동영상 보고 잠을 자는 일의 반복이다. 밥은 간단하게 라면, 소주 반 병, 자다 깨어 새벽에 마시는 맥주 500ml 1캔.
새벽 집 밖 가로등에서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빛에 캄캄하지만은 않은 내 방에서 잠이 깨어 종종 생각했다. 평화롭구나. 그런데 허전하다.
나는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싫어한다. 근데 진솔한 대화는 나누고 싶다.
나는 혼자 있을 때가 더 마음 편하다. 그치만 늘 항상 언제나 혼자이긴 싫다.
나는 책임이나 속박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내 책임을 회피하진 않는다.
나는 상처받는 일에 민감하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할 뿐 이로 인해 좌절하고 울고만 있지 않다.
무기력, 무관심, 자포자기.
내 일인데 남 일처럼 무덤덤한 태도로 인생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 걸까?
확실한 건 앞으로도 이런 사람이고 싶지 않다는 것.
나는 나를 구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