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서 더 큰 평수로 이사를 준비하는 형네 인테리어에 대해 형수님과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던 중이었다. 기존에 바닥 전체와 벽 일부에 시공되어 있는 5년 차 편백 마감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었다. 전체를 철거하고 새롭게 모던한 컨셉으로 가야 할지, 편백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톤을 맞춘 컨셉으로 가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편백 마감 전체를 철거하고 올 인테리어를 하기엔 견적 자체가 상당했다. 기간 또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편백을 그대로 두고 톤에 맞는 인테리어 컨셉으로 뽑아내는 게 효율적일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합리적인 금액대의 인테리어 업체와 견적 조율에 이르렀고 본격 인테리어 시공에 들어갔다. 인테리어 시공 업체에서도 편백을 철거했다면 대공사가 되었을 거라며 절레절레했다.
주방, 욕실을 메인으로 거실, 룸까지 디테일 한 인테리어 과정을 형수님이 직접 참여했고 논의하며 1주일의 공사가 끝이 났다. 입주 청소를 하던 날 형은 기존 편백에 묻은 묵은 때를 닦아 내느라 손에 지문이 사라질 판이었다. 닦고 또 닦고 이사하는 날, 컨테이너에 있던 짐들이 도착했고 이삿짐들이 배치된 후 인테리어의 완벽한 모양새가 갖춰졌다.
두 가지의 고민이었다. 편백으로 인해 찜질방 같은 느낌의 집이 되지 않을까? 편백의 향과 컬러, 톤이 주는 분위기로 흔한 아파트의 느낌이 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흔한 아파트의 느낌보다 오히려 과하게 고풍스러운 혹은 올드한 느낌으로 갑갑한 공간으로 연출될까 봐 미리 산더미 같은 고민을 했다.
이사가 끝이 나고 한 달 후 형네 집으로 집들이를 갔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아파트 뒤로는 산 뷰가 앞으로는 다행히 아파트 사이로 그나마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조망이었다. 현관부터 후각을 자극하는 나무 냄새, 바로 편백향이 은은하게 퍼져있다. 거실이 온통, 바닥이 온통 편백으로 뒤덮여있고 벽에도 일부 편백으로 마감되어있으며 벽지는 화이트 컬러로 우드 앤 화이트 톤의 배신하지 않는 컬러 조합이 그대로 적용되어있었다.
가장 놀라운 공간은 바로 베란다. 향긋한 보이차를 꼭 나눠마셔야 할 것 같은, 저녁엔 막걸리에 전 하나를 부쳐 먹으면 극락 갈 것 같은 베란다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왠지 낮잠을 자면 피톤치드가 몸속 가득 베어져 있을 거 같았다. 찜질방이 펜션이 되는 기적, 발을 디딘 순간 느껴졌다. 아파트가 편백 가득한 펜션이 되어 매일 아침 자연의 숲이 되는 경험을 갖게 된 셈이다.
인테리어 완료 후 완성된 공간
가장 놀라운 변화는 바로 23살 조카가 평생 달고 살아온 비염이 사라졌다는 거다. 매일 집에서 코가 불편해 콧물에 기침을 달고 살았는데 이사를 한 그날부터 거짓말처럼 불편했던 코가 감쪽같이 편안해졌다. 지방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던 조카는 그날 저녁 다시 콧물이 났고 펜션 아파트의 위력을 제대로 인정하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산새 소리 가득, 베란다엔 푸르른 산이 가득, 발아래엔 편백향 가득, 편백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바닥 마감을 하며 과한 인테리어로 멋을 먼저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아찔했다. 지문이 없어지도록 쓸고 닦으며 내 집으로 만드는 리사이클링의 과정이 형네 가족에게 가져다준 선물은 비단 조카의 비염 치유만은 아니었다.
보여주는 인테리어보다 살기 좋은 인테리어로, 멋도 좋지만 건강을 먼저 고려한 인테리어로, 무엇보다 머물수록 휴식이 되며 힐링이 되는 공간으로 인테리어 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집은 오래 머무르는 곳이다. 잠을 자는 모든 순간이 숨과 쉼이 교차하며 삶과 생명의 조화를 이뤄가는 곳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을 잠시 둘러보자. 그리고 내 집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아보자.
지금 있는 공간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면 어떤 컨셉으로, 새로운 집을 생각하다면 어떤 스타일로, 어떤 인테리어 컨셉으로 하면 좋을지 상상해 보자. 그 상상이 행복한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으니까. 코로나 펜데믹이 더 크게 가져온 내 공간의 소중함이 내 인생의 첫 번째 목표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