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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l 21. 2022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런 신입이 들어왔다. 느낌이 좋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신입 직원이 입사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입사한 그녀는 앞선 타사의 2년 계약직 근무를 끝으로 정규직에 골인했다. 면접 당시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그녀, 3명의 두 번째 조 끝에 들어왔던 그녀는 공통 질문에 머뭇거릴 틈도 없이 그녀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크리에이티브한 조직 문화가 아닌 노멀 한 조직이지만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준비된 인재가 필요했던 미션에 있어 가장 눈에 띄었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실패, 실수의 순간을 극복한 사례와 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비서 직무 수행에 있어 동시 오더가 떨어졌을 때의 대처 방안 등 실무적인 즉각적인 질문에 즉답이 가능한 그녀였다.


심사숙고 끝에 그녀의 입사가 확정되었고 출근한 첫날 그녀가 임원을 비롯한 부서원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줬다.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OOO 올림. 작은 초콜릿 하나에 감동하기 있기 없기. 20대 중반 첫 출근을 준비했던 벅찼던 그날 아침이 떠올랐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 지금 친구들의 입사 첫날 풍경은 어떨까. 뭐,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하긴 사바사겠네.

그녀의 메시지가 담긴 첫출근 선물


열심히 배우겠다는 말 한마디에 선배로서 마음이 놓이는 건 굳이 앞서 가지 않아도, 2년의 계약직 업무 속에서 체득한 짬 바이브가 충분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일을 그르치기보다 한발 물러나 선배의 액션을 보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차분함. 그 여유 있는 템포가 좋았다. 물론 그녀의 속내는 절대 차분함이 아닐 테지만 말이다. 순간순간이 긴장일 테고 들키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이겠지만 말이다.


요령보다 베이스를 먼저 생각하는 그녀라서 좋다. 일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업무 하나하나에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요령에 머리 굴리기보다 두서없이 내려지는 일에도 하나하나 차근히 물어보고 하나씩 풀어간다. 일을 외우기보다 이해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간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 일을 잘하는 것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회생활을 할 때 성과만 잘 내면 태도는 좋지 않아도 괜찮다 ▷직장 상사라고 하더라도 하급자에게 반말을 해서는 안 된다 ▷모든 불만 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상급자에게 대응을 해야 한다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보가 많다. 자신의 일만 처리한다면 동료의 업무를 도울 필요가 없고, 굳이 동료들과 어울릴 필요도 없다는 등 지나친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내용들이다. [헤럴드 경제 채상우 기자 "부장님, 저한테 반말하지 마세요".. 커져가는 '세대 갈등' 2022. 07. 20 기사 발췌]


탈 MZ라서 좋다. MZ들의 한편으로 잘못된 인식의 고착을 넘어서 선배와의 조화를 통한 스무스하고 나이스 한 어울림이 좋다. 그들은 그들, 나는 나의 선 그음 없이 한 부서 속에서 조화되고 그 조화의 에너지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과정, 이 친구가 MZ야?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는 같은 직장인이구나. 혹은 그런 생각마저 들지 않아서 좋다.




앞으로 지켜볼 필요도 없다.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다. 잘할 수 있도록 부서원들이 함께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그게 최선의 상황이다. 더 많은 관심은 때론 간섭이 된다. 그녀를 위한 최소한의 관심과 업무를 위한 최대한의 소통을 통해 그녀가 아름답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착륙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어려운 시기, 취업을 통해 인생의 큰 의미를 깨달아갈 그녀의 첫 출근을 축하하며 더불어 이제 시작일,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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