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이 로또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 장례식장에서 잠을 청하던 사촌은 그날 작은아버지의 꿈을 꾸게 된다. 단아한 복장으로 꿈에 나온 작은아버지는 사촌의 등을 두드리며 선물을 주겠다고 하시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전날, 아파트 청약을 넣었던 사촌은 다음 주 RR(로열동, 로열층)에 당첨되는 행운을 맞았다. 작은아버지 덕인지 아닌지는 뭐 알 수 없지만 로또 같은 꿈에 너무나 기뻐했던 사촌의 일화를 잊을 수 없다.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난 날, 너무나 슬퍼하며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잠을 청했던 그는 꿈속에서 친구를 만난다. 친구는 한 세상 살면서 너무나 고마웠다며 악수를 청했고 그에게 6개의 번호를 알려준다.
잠에서 깬 그는 너무나 생생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고 친구가 알려준 6개의 번호를 메모했다. 하지만 번호 중 딱 하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또를 했고 2등에 당첨된다. 기억나지 않았던 그 번호까지 기억이 났다면 그는 1등을 할 수 있었을까?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로또에 진심인 그는 매주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가면 어김없이 로또를 한다. 그날은 아내와 함께 아이를 안고 있고 손에 가득 짐이었던 날이라 매주 루틴인 로또를 하지 못했다. 그날 꼭 해야겠다 다짐했던 번호를 메모한 종이를 지갑에 둔 채.
그리고 돌아온 토요일 저녁, 그 번호가 1등에 당첨된다. 환호와 경악 사이, 지갑에서 꺼내 든 종이를 갈기갈기 찢는다. 아내와 장모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이미 지나간 일 어쩌겠냐는 무성의한 대답에 그는 두 번 죽게 된다. 아는 분의 실화다.
그 또한 로또에 진심인 러키 가이다. 매주 로또 당첨 번호 서비스를 받고 있는 그는 유료로 받는 번호와 무료로 받는 번호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 주에 받은 유료와 무료의 두 개의 번호를 놓고 고민했다. 매주 유료 번호를 사용하던 그인데 하필이면 그 주에 무료 번호가 끌린다.
무료 번호로 로또를 한 그는 토요일 저녁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리고 당첨 번호를 영접한다. 아니나 다를까 1등 당첨 번호는 유료로 받은 번호! 오직 경악, 충격의 순간이다. 스스로를 책망하는 탄식이 길고 깊게 이어졌고 유료 번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고객님! 1등 당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 그 번호 안 했는데요. 다른 번호로 해서 떨어졌어요.
에이, 고객님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축하드리면서 당첨 사례에 간단히 쓰겠다는 건데 그러실 필요까지요. 당첨된 거 다 알아요. ㅎㅎ
저 진짜 당첨 안 되었다고요.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툭...
꿈같은 로또, 로또 같은 꿈, 그 무엇이 되었든 당장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우리다. 누구나 한 번쯤은 로또 1등에 당첨이 되면 어떻게 해야지 하는 플랜을 짜 봤을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여전히 반찬가게를 하는 분도 계시고 파이어로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분도 계신다.
삶의 가치관에 따른 플랜일 수밖에 없다. 가끔 로또 3천 원 치를 하지만 5등조차 걸리는 일이 잘 없다. 하지만 여전히 1등에 걸린다면 뭘 할 건지 희망고문은 여전하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1등에 당첨된 것처럼 뛸 듯이 기쁘니까.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런 상상 당첨마저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역경과 환희가 동시에 수반되는 인생 속에서 어떤 상황의 비중이 크고 작은지에 따라 가치가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 로또 1등에, 그리고 지금 우리의 생에 매주가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로또의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내를, 남편을, 아이를, 가족을, 선배를, 후배를, 동료를, 이 순간, 이 공간을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로또다.
당첨을 기대하고 당첨의 순간을 기다리는 그 모든 설렘을 우리 인생의 매 순간의 설렘으로 데려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