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할 거니?
길을 가다 발견한 공중전화 박스, 그리고 그 속의 진짜 공중전화. 옛 주황색 공중전화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그때의 나에게 전화 한 통을 걸고 싶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잘 살 자신이 있을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
꿈을 더 구체적으로 가져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더라. 순간순간, 짧게 길게 플랜을 짜며 그 플랜대로 하나씩 하나씩 잘 풀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게 아니더라. 돌아보니 꿈을 아름답게 이상적으로 그리기보다 좀 더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더라. 어떻게 살래? 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건데? 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해야겠더라.
야근에, 철야에, 주말 출근에, 너 바보니?
광고 일을 할 수 있다면 야근, 철야, 주말 출근쯤이야 했던 바보 같은 생각은 버려. 인생에 있어 첫 번째가 회사고, 두 번째도 회사라고 했던 그 시절, 그 바보 같던 우직함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내 청춘을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것은 뭘까를 먼저 고민해, 그리고 행동해. 힘들었지만 내게 남겨진 건 광고 포트폴리오야 라는 위안보다 사라져 버렸던 니 열정을 아쉬워해.
선배를 더 많이 만나.
멘토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묻고 그를 바탕으로 전략을 짜면 좋겠더라. 그 과정 속에서 전략을 수정하고 전략을 바탕으로 전술을 짜서 나 스스로의 인생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보는 게 좋겠더라. 평생 직장인으로만 살게 아니라면 나만을 위한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네가 이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직장인으로만 살 줄 알았겠니.
돈이 생기면 부동산을 더 사놔.
20, 30대엔 월급 받으면 저축할 생각만 했지? 좀 더 아껴 쓸 생각만 했지? 부동산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 그러니까 위험을 떠안는 시한폭탄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뒤늦게 부동산에 눈을 떠 깔짝깔짝 댔지만 조금만 더 일찍 부동산을 알았더라면 달라졌을 거야. 많은 것보다는 좋은 것을, 과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익 실현을 아파트도 좋지만 토지를, 길게 바라볼 수 있도록 부동산과 친해져. 30대까진 주식도 거의 안 해봤지? 부동산과 주식으로 재테크에 대한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져.
좋은 작품은 감상만 하지 말고 하나씩 사놔.
그림은 돈 많은 사람들의 사치품이야라고만 생각했지? 집 넓은 사람들의 취미라고만 생각했지? 작은 집이라도 더 예쁘게, 아침에 일어나면 삶의 의미를 더해줄 거실의 그림 한 점 정도는 있어야 해. 힘들기보단 적게 쓰자는 마음으로 단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 없지? 스스로 생산적인 알바를 해서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 꼭 갖고 싶은 작품을 사. 하나쯤은 꼭 말이야. 작품은 감상만 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그 가치를 소유하는 것도 작품에 대한 미션이 될 수 있는 거야.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있을 때 잘해. 살아 계실 때 잘해. 좀 더 있다가 했다간, 돈을 좀 더 벌면 더 맛있는 거 사드려야지 하다간 영영 못 뵙게 되더라.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살아 돌아오실 수도 없고, 깨워도 일어나질 않으시더라. 그렇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강을 건너 떠나시고 평생 그리워하며 살게 되더라. 더 잘해 드릴 걸, 이걸 못 해 드렸네가 평생 짐으로 남았잖아. 그때 어머니가 사달라고 하셨던 한우, 맘 좋게 사드렸다면 지금 이렇게 가슴 아프지 않을 건데 말이야.
아이에게 글쓰기를 더 가르쳐.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담은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교감해야지라며 다짐에 또 다짐을 했거든. 하지만 돌아보니 그게 아니네. 바쁘다는 핑계로 어느 정도는 하겠지라는 자만으로 시간이 지나니 그럴 타이밍을 놓쳐버렸네. 무턱대로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할게 아니라 아이가 책을 읽는 시간에 같이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생각을 자연스럽게 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해. 아이가 태어나던 그 순간을 내게 다시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꼭 얘기해 주고 싶어.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그러니 더 열심히 놀아.
늦게 결혼한 걸 참 많이 후회했거든. 늦은 나이의 육아가 너무 힘들었고 아직도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에 대해. 그런데 결혼이 늦은 만큼 난 여행도 많이 다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많이 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했어. 하지만 이제와 새삼 돌아보니 인생, 별 거 없더라. 그렇게 아등바등 이겨내야 하고 더 앞서가야 하고 더 많이 해야 하고 더 높이 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며 살아온 거야. 그러니 너무 거창한 삶을 설계하기 전에 더 많이 더 열심히 놀아. 죽을 때까지 후회하기 싫으면.
절대 꼰대가 되지 마.
지금 이렇게 다시 하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쩌면 꼰대일 수 있지만 너무 돌아볼 생각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그때의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해 주고 싶은 말들을 앞으로의 내가 지켜갈 수 있도록, 더는 후회가 되지 않도록 지금에 맞게 다시 만들어가자. 지나온 시간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꼰대지만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설계하고 그려가는 사람은 빤대야. 꼰대에 삐딱, 반대, 빨대, 빤빤, 빤질의 아이콘을 믹싱해 만든 꼰대의 반대말, 빤대. 조금은 삐딱하게, 빤빤하게 내 말을, 내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