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카피 Aug 04. 2022

우영우와는 다른 보통의 우영우인 조카 이야기

보편적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알게 모르게 일종의 편견이 생긴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긍정의 측면에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문턱을 낮춘 거리 좁히기, 부정의 측면에선 장애인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 하지만 솔직히 둘 다에 난 긍정의 측면이 더 크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전혀 몰랐던 많은 분들에게 아, 이런 장애도 있구나에 대한 학습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혼하기 전 아내의 조카를 본 그때가 조카 나이 두세 살 무렵이었다. 너무 이쁘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예비 처남집에서 잠시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당시의 예비 아내였던 지금의 아내에게 물었다.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것과 까치발로 걷는 것에 대한 우려를 아주 조심스럽게. 발달장애 아동 형제들을 위한 예술치료캠프를 매년 참가하는 터라 아이들에 대해 조금은 더 관찰할 수 있었기에.


설마, 그럴 리 없다며 1층을 눌러 내려왔고 그 엘리베이터의 속도만큼 빠르게 우린 결혼을 했다. 그리고 한 해 후 조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조카의 남동생이 막 돌을 지난 시기였다. 조카의 남동생인 조카와 내 아이를 함께 장인 댁에서 키우며 장애 판정을 받은 조카에 대한 처남과 처남댁의 진심 어린 고군분투는 시작되었다. 고군분투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무수한 병원의 검사를 비롯해 머리카락을 통한 환경 호르몬 검사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했다. 그리고 받아들였다. 13살이 된 지금까지 단 하루 단 1시간 단 1분 1초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처남과 처남댁에 경의를 표할 지경이다. 보이지 않게 많이 싸웠을 테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갈등들이 반복되고 있을 그들이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하나씩 해결해가는 그들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2년 전 처남 가족은 해외로 떠났다. 해외 발령을 받기도 했지만 첫째 아이의 장애에 대한 주위의 시선도 둘째 아이의 조기 어학 교육을 위한 선택도 한몫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시설,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따갑지 않은 그곳에 무척 만족도가 높다. 그곳엔 다행히 자폐 아이를 데리고 부산에서 이민을 갔던 지인도 있어 마음이 한결 편했다.


처남과 조카가 건강 검진을 위해 짧은 5일간 잠시 부산으로 왔다. 커버린 조카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인 장모님을 보며 덩달아 마음이 짠했다. 휴가 기간이라 조금은 더 함께 한 시간 동안 장인 장모님은 한시도 조카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밥을 함께 먹는 순간에도 집에서 걸어 다니는 순간순간에도 잠을 자는 시간에도 모든 상황에 신경이 곤두섰다. 행여 다치기라도 할세라 부딪히기라도 할세라 온 가족이 힘을 모아야 했다.


5일이 지난 어제 해외로 다시 떠났다. 그들이 가고 우린 해방이 된 게 아니라 마음이 더 무거워진 게 사실이다. 우리의 5일을 10년을 훌쩍 견뎠을 처남과 처남댁을 생각하니 그리고 앞으로 더 함께해야 할 날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조카의 남동생은 잘 지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야 했을 누나로 인한 소외에 대해 어떤 케어를 해줘야 할지. 한국에 있었다면 내가 끊임없이 대화를 했을 테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답답했다.


이게 보편적인 한국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가족의 진짜 모습이다. 그나마 조카는 경제적인 형편의 어려움이 크지 않은 게 진심으로 다행인 상황인 것이다. 장애에 설상가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있다면 견뎌내는 것 자체가 기네스에 가깝다. 그래서 어쩌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바라보는 내내 조카를 떠올리게 된다. 우려와 희망 속에서 또한 장애에 대한 인지와 인식의 보편적 관심이 커지길 기대하면서.

@ pixabay


8월 3일부터 20일까지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에서 우리아트 특별전이 열린다. '우리별 탑승권'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황성제, 윤진석, 임이정, 심승보, 신현채 5인의 자폐 장애 청년작가들의 전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작가가 되기까지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설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인생의 문턱을 넘어왔다. 장애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작가로서의 그들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오늘이다.




사촌 누나와 내 아이와 키를 재었다. 비슷해진 이렇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 사촌 누나가 해외로 떠나고 아이와 함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아이가 묻는다. "아빠, 누나는 저렇게 멋있게 왜 못해?" "아빠도 잘 모르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아주 다양한 걸로 알고 있어. 우영우 변호사는 큰 소리에 귀를 막고 아주 힘들어하지? 그런데 누나는 큰 소리를 좋아하잖아. 장애인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다르고 잘하고 못하는 게 다른 거야. 우리도 그렇잖아. 우리와 같은 거야."



[2022 세계예술치유축제 아싸라비아 소식]

장애 형제가 있다는 이유로 역차별 받는 비장애 형제를 위해 모두가 참여하는 아싸라비아가 8월 19일~20일 서울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소재한 팀비전센터에서 개최된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연과 예술치료 놀이가 있는 축제는 장애, 비장애 형제들과 일반 봉사자, 예술가 치료사들이 모두 어우러져 예술로 소통하고 놀이로 하나되는 치유의 장이다. (출처 : 세계예술치료협회)

매거진의 이전글 상사라면, 정명석 변호사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