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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Oct 04. 2022

보이스피싱에 대처하는 어르신들의 자세

어르신 계신 분들 필독!

보이스피싱, 진짜 남의 일로만 알았다. 내 가까운 친지가 당할 줄 꿈에나 생각이나 했을까. 1500만 원을 그것도 현금으로 예쁘게 바꿔서 까만 비닐봉지에 넣어 아파트 현관 입구에 고이 놔둘 줄이야...


남편과 오래전 사별하고 70대를 맞은 지 꽤 오래된 그녀는 자녀들 가까이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여느 날과도 같은 그런 날이었다. 아침마당을 보며 보이스피싱은 절대 걸리면 안 된다며 아침 설거지를 마친 후 운동을 나설 참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검찰청이라며 다급히 다짜고짜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소리쳤다.


계좌가 노출되어 모든 계좌에서 돈이 모두 나가게 될 거고 당신의 잘못으로 인해 급히 돈을 줘야 잘못된 사태를 빨리 막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집 주소와 주민번호를 비롯해 은행별 잔고 등 샅샅이 캐묻기 시작했단다.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면 다리가 후덜 거리기 시작한 그녀.


지금부터 절대 전화를 끊지 말고 차근차근히 내 말대로 해라며 1시간 반을 통화를 했다고 한다. 집에 가장 가까운 은행으로 가서 적금을 해약해서 돈을 마련하라는 게 첫 번째 미션. 은행으로 가서 전화를 끊지 않고 가방 속에 두며 적금을 해약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집수리를 해야 한다 당장 빼 달라고 하라며 상세한 지침까지 알려줬다고 한다.


은행원은 당연히 보이스피싱이 아니냐며 다그쳤고 그녀 역시 절대 아니라며 빨리 돈을 달라고 소리쳤단다. 그렇게 돈을 가지고 집에 간 후 집에 있던 모든 돈을 탈탈 털어 돈을 만든 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고이 현관 앞에 뒀단다. 잠시 뭔가 이상해서 현관문을 살짝 열었던 왜 문을 여냐며 소리를 치는 그 전화 너머의 남자.


5분이 지난 후 현관문을 열었더니 까만 비닐봉지는 온데간데없고 그때서야 아차! 이게 뭐지 싶어 1층으로 내려갔더니 한 남자가 달려가고 있더란다. 그걸 지켜본 다른 할머니들이 112로 신고를 했지만 그땐 이미 늦은 때... 경찰이 배정되어 진상 파악 중이지만 쉽게 그 돈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가 아닐까.


대체 그렇게 많이 보이스피싱 조심하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그녀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이야. 무너진 자존감에 탈탈 털린 자괴감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자녀에게 전화라도 한통 할 생각을 못했냐고 하니 그럴 생각조차 못할 상황이었단다. 호기롭기로 알려진 그 친지분이 이럴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그녀의 멘탈 관리가 가장 중요한 때이다. 두렵고 무서운 상황에 대해 안정감을 찾는 것. 이 과정을 겪으면 느끼는 건 바로 우리 모두의 어르신들이 이런 위기 상황에 걸려들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그런 상황에 닥치면 유연하게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알려드리자는 거다.


보이스피싱에 대처하는 어르신들의 자세
1.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다.

2. 모르는 전화 번호로 받았는데 검찰청이다, 경찰청이다라고 하면 나는 모르겠으니 전화한 사람의 이름과 소속, 연락처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달라고 한다. 자녀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겠다고 하고 끊어 버린다.

3. 그리고 이 상황을 자녀에게 바로 전화해 알린다.

4. 문자메시지 또한 잘 모르는 내용은 함부로 확인하지 않는다.
(모르는 링크 터치로 인한 스미싱을 미연에 방지)
자녀가 왔을 때 한꺼번에 봐달라고 한다.
@ pixabay


그런 일을 누가 당한대? 말도 안 된다라고 하지만 결국 그게 우리 이웃이고, 우리 자신일 수 있는 거다. 뭐든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는 게 결국 이득인 거다. 그래서 오늘, 어르신들이 있는 분이라면 당장, 보이스피싱에 대비하실 수 있도록 연락 한번 드리면 좋겠다. 오랜만에 인사도 드릴 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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