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카피 Aug 03. 2022

밥상 물가 잡는 식테크

주말농장 그 이상의 소소한 수확과 나눔

밥상 물가마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상추는 금추가 되었고 김치는 금치가 된 지 오래다. 맘 놓고 쌈 채소 하나 사기 두려운 요즘 가 '식테크(식물+재테크)' 화제다. 식테크는 식물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희귀 식물을 잘 키워 되파는 방식이다. 주로 잎이나 줄기만 하나씩 떼어내 판매할 수도 있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몬스테라, 안스리움, 필로덴드론, 알로카시아 등과 같은 희귀 식물 말이다.


가까운 지인은 투잡으로 다육이를 재배해 판매했었다. 해외에서 씨앗을 수입해 재배해 많은 수익을 냈던 그는 최근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그 사업을 접었다. 그는 식테크의 시조새였던 셈이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에서 다육이 농장을 하고 있는 지인 역시 다육이의 세계는 흔히 생각하는 취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화분 하나에 몇백만 원 하는 다육이도 생각보다 많다고.


이런 조금은 사업적인 식테크가 있다면 소소한 수확의 기쁨을 얻는 주말농장 역시 요즘 말로 치자면 식테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밥상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는 상황이라면. 말이 주말농장이지 시간 내어 주말에만 가서는 농사가 안된다. 주중에 퇴근 후라도 짬을 내서 잡초를 없애주어야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다. 부지런한 장인어른이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가꾼 농장엔 이 시기면 어김없이 초록빛이 가득하다.




부산 금정구 선동에 360평 규모의 GD농장(아이 이름의 이니셜)에 농사를 지은 지도 벌써 7년. 그 사이 어느새 도시농부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체험을 위한 작은 주말농장에서 식테크라는 트렌드를 맞기까지 또한 끊임없는 농지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겪었지만 오로지 우리 밥상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지금껏 이어왔다.

GD농장 풍경


휴가 중 평일 오전에 들른 GD농장엔 비가 와서 더 운치 있었다. 감자 수확은 끝이 났었고 상추, 부추, 당귀, 수박, 포도, 오이, 가지, 옥수수, 토마토 등 소소하게 먹을 푸성귀들을 적당히 수확해 돌아왔다. 가까이 사는 지인분들께 나눠주고도 남을 몇 끼의 분량. 지인들과 나눠 먹고 가족과 함께 먹는 즐거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게 바로 진정한 식테크가 아닐까.

GD농장의 수확물


야채를 특히나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평소 잘게 썰어 볶음밥을 해주는 등 야채를 숨겨 먹인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상추가 푸르른 날엔 아이를 설득해 삼겹살에 몇 개라도 쌈을 입에 넣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내고 상추에 쌈장을 올려 한입에! 이렇게 저녁 한 끼를 큰 고민 없이 해결하고 수확한 수박을 한 조각씩 디저트로 함께한다.

수확물로 한끼를 함께한 삼겹살 구이


다음날 아침 부추, 애호박, 가지를 잘게 썰고 계란을 넣어 부치고 식빵을 버터에 구워낸 후 오이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든다. 신기하게 모두 초록색으로 물들어 GD그린 샌드위치란 이름을 붙였다. 소금 하나 넣지 않고 케첩을 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맛을 느끼고 싶었다. 이렇게 또 간단히 아침 한 끼가 해결되었다. 오이 수확이 풍년인 관계로 냉장고가 오이 천국이 되었다. 오이 마니아인 나로선 냉장고를 열기만 해도 천국이다.

수확물로 만든 GD그린 샌드위치


주말농장은 누군가의 공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말고 당장 작은 화분을 사서 햇빛이 드는 창가에 상추 모종을 심어보자. 상추가 크면 옆에 쑥갓을, 방울토마토를 그렇게 하나씩 식물 영역을 넓혀가자. 거창한 식테크가 아니라 식생활로, 우리의 삶을 초록 초록하게 그려보자. 어떤 존재보다 정직한 식물이라는 이웃과 함께.

GD농장에서 수확한 수박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