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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ug 17. 2022

필러로 걱정 주름을 피다.

남자도 때론 관리가 필요하다.

남자가 무슨 성형외과를 가? 별소릴 다하네?라고 했다. 피부 정도야 정돈을 위해 가볼 수 있지라며 마치 열린 남자 코스프레를 했다. 마흔 중반,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유난히 미간에 확연히 패인 11자 주름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찌푸리는 버릇으로 어느새 깊게 파인 중년의 주홍글씨.


가만히 있어도, 웃고 있어도 어디 불편한데 있으세요? 라며 나를 걱정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웃겨서 웃을 뿐인데 미간의 주름만으로 이미 불편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 느낌이었다. 물론 백만 가지 걱정을 하는 민감한 내 탓도 있지만 세수를 할 때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깊이에 아침마다 불편한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 멤버로 좋은 인연을 맺게 된 한 분이 근무하는 성형외과에 인사차 들르게 되었다. 그날 바로 즉석으로 태어나 처음 보톡스를 맞게 되었다. 얼음찜질을 하고 주사 바늘이 미간을 파고드는 순간, 아차! 찔끔 눈물이 났지만 뭐 이 정도야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아프도록, 땀이 나도록.


조금의 시간이 지나 깊게 파였던 미간 주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쫙 펴져 있었다. 늘 보는 가족이 아니고서야 주름졌는지 펴졌는지 주위 사람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바로 나에겐 다른 문제였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작고도 큰 경험의 순간이었다.


보톡스(Botox)란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이 만든 주름 개선용 주사제 브랜드를 말한다. 사실 보톡스는 독성물질로 근육을 일시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어 근육 경련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다가 1990년대 이후 눈가, 미간 잔주름 등 얼굴 주름을 개선하고 얼굴선을 갸름하게 만드는 미용성형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출처 : 매경시사용어사전)


초기에 보톡스로 주름을 잡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지 더 길어지면 결국 필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톡스를 맞고 6개월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다시 맞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미간 보톡스 관리를 이어오던 중 내 눈에 다시 들어온 건 바로 코 양쪽 아래의 팔자 주름이었다. 사람들은 역시 조금 좀 파였네 하는 정도지 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내겐 좀 다른 관점이었다.


휴가 이틀 전 점심시간 잠시 성형외과를 찾았다. 팔자 주름 필러를 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상담을 받은 후 마취 크림을 바르고 시술을 기다리던 중 혹시나 시술 후 음주를 해도 되는지 물었다. 2주간 음주는 절대 안 된단다. 심지어 3일간은 특히나 금주가 필수란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절대 음주가 필요했던 상황이어서 결국 마취 크림을 지우고 황급히 회사로 복귀했다.


필러(Filler)는 주름이나 파인 흉터 등에 주사하거나 삽입하는 보완 재료나 내용물이다. 콜라겐, 지방, 히알루론산, 하이드록시 아파타이트, 폴리 메타크릴, 보톡스 등이 있다. 유지시기에 따라 영구적, 반영구적, 일시적인 필러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제품은 모나리자(제노스에서 제조), 레스틸렌(갈더마에서 제조), 쥬비덤(엘러간에서 제조), 이브아르(LG에서 제조) 등이다. (출처 : 위키백과)


그리고 결전의 휴가 첫날, 다시 찾은 성형외과, 마취 크림을 바르고 긴장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시술대에 누운 내게 작은 아령 같은 것을 손에 쥐어준다. 만져보니 폭신폭신하다. 아프면 맘껏 쥐어도 된단다. 얼마나 아프면 이런 거까지... 라며 긴장을 이어가는데 불쑥 의사 선생님이 입장했다.

시술 중인 현장

치과의 신경치료 직전의 긴장감은 긴장도 아니었다. 시술도 전에 이미 꽉 쥔 폭신한 아령 두 개, 주사 바늘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작은 신음이 터졌다. 아령을 너무 힘껏 쥐었나 손톱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 순간을 참으면 콤플렉스 하나를 덜어내는 건데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걱정의 상처를 기워냈다.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가이드가 손길에서 느껴져 안도했다.


시술이 끝이 나고 종아리 아래가 땀으로 흥건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온몸이 뻐근했다. 1주일의 휴가 기간 동안 단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는 신기록을 세우며 아픔으로 피어날 보상의 순간을 기다렸다. 출근하는 날, 아무도 시술을 했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바도 바로 그거였다. 했는지 안했는지 모를 자연스러움!


이뻐지고 잘생겨지기 위한 시술도 있겠지만 콤플렉스를 덜어내는 극복의 시술도 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내게만 콤플렉스인 부위를 작은 시술을 통해 변화를 주어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극복의 성형, 그런 성형도 있는 거다. 내게 성형은 바로 그런 의미의 경험이자 극복인 거다.


3년 전 치과에서 벌어진 앞니를 래미네이트로 감쪽같이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그때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직 아내만이 알 뿐. 앞으로도 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발적 셀프 리모델링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많은 투자가 있지만 난 나를 위해, 내 자신감을 위해 지속 가능한 극복의 소소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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