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도서관 루틴을 한지 벌써 28년째다. 대학에 입학하고 시작했으니 말이다. 매주 토요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 꼭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 1주일의 행복을 예약한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유익한 대출이다. 1주일 동안 읽지 못했다면 2주일의 기간으로 넉넉한 시간으로 읽는다. 5권의 책을 빌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사놓고 오래 봐야 할 책이야 당연히 구매를 해서 읽고 또 읽는다. 하지만 모든 책을 살 수 없으니 도서관에서 다양한 메뉴판을 보듯 책을 골라 필요한 지식들을 지혜로 쌓는다. 한동안 소설에 빠졌다가 또 언젠가는 시에 빠졌다가 부동산에 빠졌다가 홍보에 빠졌다가 빠짐의 모양새도 아주 다양하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지만 요즘은 지하철 역에서도 흔히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도서관 혹은 간단한 조작을 통해 자동으로 책을 만날 수도 있다.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말은 어르신들만 할 줄 알았는데 내가 하고 있네?) 인형 뽑기는 아주 어렵지만 책을 선택해 받기는 참 쉽다. 터치만 하면 원하는 책이 쏙 하고 튀어나오는 순간이라니.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있나.
약속이 있던 주말, 부산의 한 지하철역에서 시간이 남아 카페에 들러야 하나 고개를 드는데 역사 내 작은 도서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신간이 가득하다. 늘 가던 도서관에서는 늘 풀 대출이던 책마저 고스란히 꽂혀있다. 이미 도서 대출을 풀로 받아서 더는 대출을 할 수가 없었지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마치 은행 같은 도서관이 너무나 고마웠다.
물론 기간 연체를 하면 연체를 한 기간만큼 대출이 제한이 되지만 기간 내에만 반납하면 언제든 대출이 가능하다. 이자를 낼 필요도 없고 심지어 부지런히 지혜가 쌓인다. 방학 기간엔 인당 5권을 10권을 늘려 독서의 기회가 더욱 풍성하다. 이런 유연한 마인드로 바뀐 도서관이 참 고마운 여름이다. 이쯤 되면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지 않은가.
9월부터 독서 루틴을 함께 만들어보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먼저 순서를 두고 리스트업하고 그에 맞춰 미리 관련 서적을 검색해 둔다. 그리고 주말 도서관에 가 하나씩 책을 찾아 쌓고 즐거운 대출을 한다. 까짓것 다 못 읽으면 또 어떤가. 읽는 만큼이라도 대출을 활용해 얻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걸.
이 루틴을 아이에게도 이어주는 것도 좋다. 물론 나 역시도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이 루틴을 아직 이어주지 못했다. 다만 5권을 빌릴 수 있기에 3권은 아이의 책을, 2권은 나의 책을 대출해 미션을 수행하듯 책을 읽고 반납한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면 도서관에 같이 가기가 더 힘들어지겠지만 아이가 다 크면 꼭 아이와 함께 도서관 루틴을 하는 게 또한 나의 버킷리스트다.
그날이 오길 무척이나 기대하며, 다가올 내일 토요일 아침을 무척이나 기다린다. 2주 전 대출한 10권의 책에서 아이 1권, 나 역시 1권을 책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내일 아침 부지런히 속독해 반납의 기쁨을 누려야겠다. 생각해보면 도서 대출은 이자가 없는 대출이기도 하지만 돈을 버는 대출이기도 하다. 한 권 한 권 독서를 통해 책값을 벌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