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대한민국 창작음악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가 서울이 아닌 그것도 부산에서 열렸다. 8월 19알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종욱 수석지휘자가 이끄는 부산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만날 수 있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어쩌면 우리 머릿속에 국악은 아주 오래된 과거의 음악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랜 악기로 오랜 음악을 연주하는 것 정도의 국악으로 말이다. 어느 음악이나 마찬가지로 새로운 창작의 소리는 늘 이어져 오고 있었고 그 중심에 아창제가 있었다.
부산에서 서울을 벗어나 처음으로 지방에서 열린 아창제로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는 그 의미만으로도 특별했다. 윤중강 음악평론가의 해설로 진행된 연주회는 국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곡마다의 스토리를 내러티브화 해 연주와 함께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국악도 충분히 새롭고 미래를 지향할 수 있구나라는 지속 가능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부산 아창제는 역대급 선정작으로 꾸며졌다. '마음의 전쟁'(유민희 작곡·2013), '학을 탄 선인'(김현섭 작곡·2017), '별똥별'(이재준 작곡·2020), '기우'(이예진 작곡·2019), '진혼'(이정호 작곡·2017)의 총 5곡이 연주되었다.
한곡 한곡 아창제를 감동의 순간으로 이끈 곡들이라 주옥같은 시간이었다. 특히 을 '학을 탄 선인'(김현섭 작곡·2017) 협연한 향비파의 마롱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과 귀를 한시도 쉴 틈 없게 만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향비파라는 악기를 검색해볼 만큼 아름다운 소리였다. 눈과 귀는 쉬지 못했지만 마음은 차분히 객석에 놓아 한걸음 두 걸음 쉴 수 있는 여유를 선물 받았다.
별똥별'(이재준 작곡·2020)은 바퀴벌레는 타이틀로 만드려다 교수님의 만류로 별똥별이 되었다는 에피소드와 함께 다 함께 우주로 여행을 가 그 우주 속에서 25현 가야금(김보경, 박소희 협연)의 선율로 국악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악기마다의 이음과 흐름이 마치 여름밤 숲 속의 벌레 소리와 고개 들어 본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이 마주하듯 스펙터클하면서도 농밀한 선율을 선사했다.
'기우'(이예진 작곡·2019)의 협연자 타악의 김인수는 눈을 뗄 수 없는 간절함이 점철된 연주를 보여줬다. 타악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의 국악의 미래 그 자체였다. 또한 정적인 국악에 대한 편견을 완벽히 깨 주었다. 태평소와 타악이 어우러지며 모든 악기들이 일제히 비가 오길 간절히 바라는 협주가 이어지고 끝으로 한두 방울씩 내리는 빗소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은 그야말로 카타르시스의 절정이었다.
마지막 '진혼'(이정호 작곡·2017)은 이정호 작곡가의 진가를 과감 없이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부산시립합창단과 박성희, 정윤형의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에서 신음하는 우리를 위로와 위무, 힐링의 세계로 인도했다. 어쩌면 2017년에 다가올 미래를 위한 음악을 미리 만들어낸 심미안이 아닐까.
2021년 부산문화회관을 찾은 관객을 대상을 무작위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역의 한 시립연주단이 아니라 이제는 혁신의 키워드로 대한민국의 국악을 대변하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으로 포지셔닝되어야 할 차례다.
이 모든 중심엔 김종욱 수석지휘자가 있다. 올해 앞선 다양한 시도의 연주회에 이어 아창제까지 무대에서 연주하는 그의 가냘프면서도 묵직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손짓이 연주자들의 열의와 어우러져 만들어낸 소리는 남달랐다. 이 좋은 소리를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좋은 연주도 좋지만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이 좋은 소리를 더 알렸으면 한다. 국악은 지루하고 고루한 오래된 음악이라는 편견이 있다면 그걸 깨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밖엔 없기 때문이다.
함께 간 11살의 아들이 몸을 비틀며 졸까 봐 걱정했지만 단 한순간도 졸지 않는 걸 보며 기우였음을 알았다. 또한 부산대 음악악학과에서 거문고를 전공 중인 조카가 곧 앞둔 슈퍼타이거 (부산시와 부산문화회관이 신진 예술인을 인큐베이팅하는 프로젝트) 공연에 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함께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커튼콜
국악은 누군가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다. 과거의 것이 아닌 현재의 그리고 미래를 위한 우리의 소리다. 미래에 만날 국악의 현재를 지금 만날 수 있는 기회로 함께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조금은 비어있는 객석이 너무나도 아쉬운, 더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았을 고마운 연주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