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트럭이 도착하는 편의점 시간에 맞춰 편의점에 줄을 서거나 대형마트의 선착순 정보를 미리 접해 오픈런을 해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여기저기 아는 편의점 사장님들께 부탁해 따로 받는 반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득템 정주행에 몰입했다.
첫 득템을 위해 선택한 건 토요일 저녁 동네 편의점을 돌며 포켓몬빵이 들어오는 시간대를 확인했다. 그중 가장 일찍 들어온다는 한 편의점에 다음날인 일요일 새벽 6시에 가서 줄을 섰다. 7시간을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자세히 안내판을 읽어보니 자율 운영을 하는 편의점이지만 7시에 문을 연다고 되어있었다. 7시 반까지 추위에 떨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0시가 될 무렵 다시 가서 물어보니 이미 다 나갔단다. 그 길로 동네 편의점 전부를 돌았지만 한 곳도 있지 않았고 이미 입구에 '포켓몬빵 없습니다.' 문구로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다. 동네에서 가장 큰 편의점엔 들어오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아이 엄마들이 줄을 서 있는다고 한다. 5개가 들어오는 집이라 5번 엄마까지만 여유롭게 기다린다고.
결국 동네 대형마트에 포켓몬빵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부랴부랴 아내와 뛰어갔다. 이미 길게 늘어선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느낌으로 2시간을 기다려서야 오픈 시간에 개당 2개씩을 득템 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과 포켓몬빵과의 첫 뜨거운 포옹이었다.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후 더 큰 대형 마트에서 회원당 5개를 준다는 정보를 접하고 아내가 또 부랴부랴 뛰어가 줄을 서 구하는 등 점점 포켓몬빵과 조우할 기회는 늘어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체기를 맞자 팀원의 아내가 집 근처 편의점에서 몇 번을 기다려 사주기에 이른다.
그것도 모자라 내 상사인 임원은 자기 일인 양 벌 벗고 나섰다. 그것도 온 가족을 동원해 아이들이 학원을 가는 길에 편의점에 보이면 다 사 오라는 동원령을 내렸다. 그렇게 많은 양의 포켓몬빵을 한꺼번에 받아보니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아니 대체 이 포켓몬빵이 뭐라고...
띠부씰 콜렉터의 정석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 가격보다 비싸게 5개를 사고 나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닌데, 이건 아닌데... 3분의 2 정도의 띠부씰을 모두 모은 아이를 설득해 폭주를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희귀템 마케팅 전략으로 대체 인기가 언제까지 갈 건지 지켜봐야겠다는 독기를 품게 되었다.
포켓몬빵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아이를 설득했다. 더 이상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 노력이 쓸모없음을... 그동안 컬렉션 했던 장난감들 시리즈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공감의 폭을 넓혔다. 아이는 수긍했고 마지막 딱 하나만 부탁을 했다. 같은 학원의 한 아이가 단 하나의 포켓몬빵도 가져보지 못했으니 그 아이를 위해 마지막 포켓몬빵을 구해달라고.
마지막 단 하나의 미션을 남겨두고 불꽃같던 포켓몬빵과의 전쟁은 끝이 날 조짐을 보인다. 뭐 요즘 포켓몬빵 인기 다 식지 않았냐고들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그동안 부지런히도 띠부씰 컬렉션북을 채워왔구나 싶다. 포켓몬빵 모으는 열정으로 작품을 컬렉션 했더라면...
더 크기 전에 또 무언가에 푹 빠져 콜렉션을 해야할지 모르지만 나이대별로 그동안 폭풍처럼 모아왔던 순간순간이 방울방울 추억처럼 터진다. 큰 산을 하나하나 넘어넘어 아이에서 청년으로 이어갈 너의 인생, 언젠가 이 아빠의 수고로움마저 너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기억할 날이 오기를 미리, 앞서 기도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