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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ug 21. 2022

팀원 집에서 팀원이 직접 뜬 회 먹어본 사람?

길을 잃어 가는 직장 속 관계를 찾아서

MZ 팀원의 집들이를 갔다. 집들이라는 단어가 참 어색해진 요즘이다. 시대도 시대지만 코로나도 코로나니깐. 팀원이 이사를 간지는 좀 되었지만 우리 집에도 팀원 가족을 초대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우린 우리끼리 맛있는 음식과 맥주 타임을 가졌던 터라 언제 집들이를 하지? 타이밍을 보던 중이었다. 그날은 다른 팀원들도 마침 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모두 모였다.


코로나가 좀 괜찮아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던 때였다. 팀원의 집으로 팀원들이 모두 모였고 참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사이 초대한 팀원은 주섬주섬 음식 준비를 서둘렀다. 아이들은 간단히 무스비를 만들어줘 각자의 그릇에 플레이팅 해 맛있게 먹었다. 김밥도 좋고 유부초밥도 좋고 주먹밥도 좋지만 무스비는 심플한 비주얼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음식이다.

팀원이 직접 만든 무스비


그날 새벽 부산 민락동 수산시장에 가 횟감을 떠 온 팀원은 5시간의 숙성을 거친 회를 꺼내 하나하나씩 썰어 접시에 담아냈다. 한상 가득 담아 같이 먹기보다 한 접시씩 썰어내 마치 오마카세를 만난 듯 한 점 한 점 맛있는 술과 함께 했다. 육아 이야기, 아이들의 학원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결혼을 앞둔 팀원의 준비 이야기 등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팀원의 회와 두부김치 요리 현장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한 나로서 입사 초기의 팀의 분위기와 18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팀의 분위기를 떠올려 봤다. 유난히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 같은 팀'이라는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회식자리에서 나누며 공감하고 다른 팀들이 이런 우리의 깊은 유대감을 부러워할 정도였던 그때 그 시절, 그리고 지금은 그 가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쓰지 않지만 그때보다는 조금은 자연스러운 관계적 거리두기로 서로의 일상에 대해 적당히 소통을 하는 친구, 그 이상의 팀으로 함께하고 있다.


같은 팀이라고, 팀장이라고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필요는 없다. 다 알려주지도 않고 다 알려고 해서도 안된다. 업무에 필요한 상황들에 있어서는 분명히 공유하고 알려야 하지만 프라이버시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있어서는 가능한 부분만 공유하면 된다. 우리는 가족생활을 하러 일터로 온 게 아니라 회사를 위해, 일을 위해 매일 만나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더 농밀하게 잘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하고 행동에 실천하며 그 결과에 대해 공감하며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구성원이 바로 우리 팀이다. 경쟁을 위해 배척하지 않고 개인의 목표도 팀의 목표도 가리지 않고 성과를 함께 나누며 서로 배려하며 인정하는 관계, 이상적이지만 꼭 필요한 팀의 문화다. 물론 우리 팀도 이런 이상적인 시스템을 갖추진 못했지만 말이다.


요즘 누가 직원들 집에 가서 밥을 먹냐?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멀어진 탓도 있고 회사에서도 보는 사람을 그것도 주말에 모여 만나서 밥을 먹고 싶었냐는 거다. 심지어 회를 떠서 접시에 올리고 두부김치로 이어지는 맛의 향연을 어떻게 손수 같이 할 수 있냐는 거다. 하지만 우리 팀은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이다.


다음은 우리 집에서 모두 모이기로 했다. 팀원의 집보다 좁은 우리 집이지만 스테이크와 파스타, 와인으로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결혼을 앞둔 팀원의 예비 신랑도 함께 초대할 생각이다. 내일 회사의 전시회 준비로 오늘 아주 모처럼 일요일 오후 모두 함께 출근을 하게 되었다. 한 사람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좋은 전시회를 위해 힘을 쏟을 마음의 준비를 모두 갖췄다.


팀장인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팀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물론 다를 수 있다.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었던 이면의 감정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하나씩 모난 부분을 찾아 수리해가며 찢어진 부분은 수선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온전한 우리의 울타리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본다. 18년 한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이어온 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바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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