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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Sep 24. 2022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의 것.

너희들의 인생은 아름다워

중학교에서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아이였다. 악바리로 소문났지만 그만큼 1등을 놓쳐선 안된다는 스스로의 강박이 스트레스로 변질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그녀였다. 그 사이 아무나 갈 수 없는 이름난 자사고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강박의 강도는 점점 더 세졌다. 그런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른 채 1등들이 모인다는 그 무리 속에서도 1등을 하기 위해 악착같이 매달렸다.


하지만 그 속에서의 1등이란 간절함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겨우 1학년을 마쳤고 2학년에 들어서는 그 무렵,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울이라는 바이러스가 점점 그녀의 마음속으로 침투했고 절반 가량 그녀를 점령했을 때 그녀는 맥없이 무너졌다. 엄마와의 산책 중 잠시 엄마가 화장실을 간 사이, 세상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원치 않았지만 살았고 그녀는 다시 공부에 매달렸다. 살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처참히 무너진 자존감을 위한 회복하기 위해. 하지만 한번 틀어진 멘털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끝없이 그녀를 괴롭혔고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결국 그녀는 일반고로 전학을 갔고 그제야 그동안 옥죄었던 스스로의 결박을 풀었다. 부모의 속은 타들었지만 아이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원하는 대학보다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에. 학교 폭력보다 무서운 게 바로 공부 폭력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기에.

@ pixabay


이 아이 역시 중학교 때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자사고에 입학했고 매 순간 힘들지만 자신이 원했던 과정이라 참고 또 참았다. 아무리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에 좌절했지만 그녀를 괴롭힌 건 아이들의 의도적인 무관심이었다. 외모를 비하하며 보이지 않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자존감의 몰락이었다.


그때였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그럼 내가 한번 보여줄게. 슬럼프에 빠졌던 그 아이에게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 공부의 폭력에서 벗어나는 치료제가 되었다. 그녀는 죽도록 공부했고 점점 성적이 올라갔으며 결국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그토록 원했던 의대를 가진 못했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가고 싶어 했던 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쌍꺼풀 수술을 통해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했고 외적 아름다움보다 내적 아름다움을 위해 더 철저히 스스로를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 남자 친구도 생긴 그녀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디자인하는 라이프 크리에이터로 새롭게 셀프 리포지셔닝 했다.


이 아이 역시 공부는 잘했지만 운이 없어 원하는 대학에 가진 못했다.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죽도록 매달렸다. 2학년 말에 학년에서 2명이 가는 해외 교환학생에 선발되었다. 3학년이 시작되는 무렵 미국으로 홀로 떠난 아이가 지난주 뜬금없는 선언을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1학기를 이수하면 한국의 대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3년을 더 공부한 후 미국 학위를 받겠다고 했단다. 아이를 다그치며 그 이후는 어떻게 살겠냐고 했더니 미국에서 졸업하고 미국에서 일하며 살겠다는 단호한 선언을 했다는 거다. 가뜩이나 외동인 아이의 부재에 힘들어하던 부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너무나 심란하단다.

@ pixabay


어떤 삶이 더 좋다, 더 멋지다 할 수 없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고 다가올 내일의 행복 역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들면 때론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또는 그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노력을 통해 상황을 반전해 버려도 좋다. 내가 맞다면 무조건 그 길로 정면 돌파를 통해 해내면 된다. 선택은 내가, 그 책임 또한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아이들의 인생을 위한 가이드는 좋다. 하지만 과도한 개입으로 아이들을 망치진 말자. 과거에도 지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의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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