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의 여자 친구

내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다니!

by 파란카피

모처럼 연차였던 날이었다. 초등학생 아들의 하교 시간을 기다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일찍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철봉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철봉에 매달린 아이 중에 한 남자아이에게 다가가는 한 여자아이, "야, 나 네가 마음에 드는데 폰 번호 알려주라!" 어안이 벙벙한 남자아이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못 가르쳐 주겠는데?".

@ pixabay


굳이 요즘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쨌든 좀 다르다. 표현에 거침없고 주저함에 저항이 없다. 속만 태우던 우리 때와는 다르다. 물론 그것도 성향 차이, MBTI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감성주점의 자연스러운 부킹 문화에 익숙한 MZ 세대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넥스트 제네레이션이다.


여름방학,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 스포츠 클럽을 다녔던 아들, 방학과 동시에 스포츠 클럽 과정이 끝이 났다. 매일 하루 종일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만끽할 수 있어 너무 좋았던 아들이었다. 과정이 끝난 이후 매일같이 밤마다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은 전화가 올 때마다 방문을 닫고 통화를 이어갔다. 엄마, 아빠는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1주일이 지난 후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물었다. 밤마다 전화가 오던데 무슨 일이냐고. "스포츠 클럽 같이 다녔던 OO인데 오늘부터 사귀자고 했어."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잘해보라고만 했다. 자주 전화가 걸려오던 터라 아들에게 넌 전화를 안 하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너무 자주 전화를 해서 먼저 전화를 걸 틈이 없다고 했다. 여자 친구가 먼저 전화를 자주 한다고 남자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건 연애에 대한 기본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일러줬다.


그렇게 2주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통화의 주기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서로의 감정이 더 빠르게 식고 있는 듯했다. 모르긴 해도 여자 친구가 아마도 지친 게 아닌가 하는 남자로서, 아빠로서의 합리적 의심을 해봤다. 물론 같은 초등학교도 아니고 먼 거리의 학교를 다니는 친구라 그럴 수도 있다지만 아들의 첫 연애 치고는 너무 시시한 에피소드라 한숨이 났다.


가족과의 외식 자리에서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빠의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시절 라떼는 말이야. 유선 전화밖에 없어 여자 친구와 통화도 어려웠고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었어. 여자 친구와 손 편지를 주고받으며 겨우 약속 시간을 정해 만나곤 했었어. 아빠 책상 수납장에 아빠 초등학교 시절 일기와 연애편지가 고스란히 파일에 철되어 보관되어 있는거 알지?" 아내가 힐끗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아빠, 응 알겠어. 듣는 둥 마는 둥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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