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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r 21. 2023

진짜 네게, 쉼이 필요해

사교육에 지친 아이들에게

자꾸자꾸 재촉하지 말아요 나도 진짜 바쁘단 말이에요 학교 끝나면 방과 후에 영어학원 수학학원 그냥 뭐 노는 줄 아나요? 나도 쉼이 필요해 나도 쉼이 필요해 푸른 파도 속에 마음껏 헤엄치며 놀고 싶어요나도 쉼이 필요해나도 쉼이 필요해 넓은 들판에서 마구 뛰놀고 싶어 쉼이 필요해

자꾸자꾸 재촉하지 말아요나도 진짜 바쁘단 말이에요 학교 끝나면 방과 후에 영어학원 수학학원 그냥 뭐 노는 줄 아나요? 나도 쉼이 필요해 나도 쉼이 필요해 푸른 파도 속에 마음껏 헤엄치며 놀고 싶어요나도 쉼이 필요해나도 쉼이 필요해 넓은 들판에서 마구 뛰놀고 싶어 쉼이 필요해

@ 오연준 '쉼이 필요해' 노래 가사


지난해 부산 전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인 39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는 한 언론의 기사를 접하고선 수많은 댓글이 쏟아졌다. 어느 섬마을 기준이냐, 한 과목당 비용이 아니냐, 이 정도 사교육비라면 그 동네로 이사 가고 싶다 등 몇천 개의 댓글은 달렸던 기억이다. 초등학생 아들의 사교육비가 월 150만 원은 훌쩍 넘는 현실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 pixabay

방과 후 수업에 영어, 수학, 논술에, 미술, 농구, 드럼, 피아노, 수영까지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숙제를 끝내면 밤 10시가 넘는다. 학원 수업과 과제가 너무 힘든다는 아들에게 좀 쉬어볼까? 했더니 또 그럼 안된단다. 뒤쳐지긴 또 싫은 모양. 초 5학년인 아들은 어떤 친구가 중학교 2학년 2학기 과정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친구가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N잡러인 지인이 부산의 한 지역에 과외를 나갔다. 유치원 아이의 영어 과외였다. 영어의 전반적인 기초를 생각하고 방문했더니 과외의 목적이 의외였다. 영어 유치원의 과제를 봐줘야 한단다. 영어 유치원의 진도를 맞추기 위해선 유치원 과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와! 이런 걸로도 과외를 하는구나 싶었단다.


영재인 지인의 중학생 딸은 영재들만 갈 수 있다는 학원에 들어가 두각을 나타냈다. 비교적 늦게 들어갔지만 빠른 속도로 진도를 나갔지만 한계점에 이르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무지 1주일 동안 풀어갈 수 없을 분량의 과제가 주어진 것. 급기야 원장님께 하소연을 했더니 그 과제를 풀기 위한 별도의 수업이 진행되니 필요하면 수업을 들으라고 했다는 것. 그 아이를 뺀 나머지는 이미 모두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 결국 지인의 딸은 학원을 그만두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의대반이 생길 만큼 부모들의 대리 학구열은 심화되고 있다. 초등학생인데 이미 대치동에서 수능과정을 끝낸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사교육비를 떠나 퀭하니 영혼이 가출한 채 걸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안쓰럽다. 진심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다는 것. 우리 아이도 하루에 1시간의 게임 시간을 제외하곤 미디어와 접할 기회는 없다. 그렇다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공부에 할애하는 건 아니지만 놀 시간보다 과제할 시간이 훨씬 많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이를 위해선 쉼을 주고 싶지만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선 또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다. 어쩌면 그 자존감은 나와 아내의 자존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가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하진 않지만 스스로 못한다는 낙인은 찍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다독인다.


사교육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자력으로 시립 영재원을 보낸 지인이 있다. 이 집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봤다. 도서관 책을 집 책 보듯 읽고 악기 학원을 가면 탁월한 재능으로 앞서갔다. 공부 자체를 스트레스로 여기기보다 즐기며 남매가 아름다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 역시 자기 주도적 학습이 쉽지 않다. 그건 그저 부모의 간절한 바람일 뿐.


그런 아이도 있고 이런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든 부모와 아이의 의지대로 학습법은 결정된다. 지금이 잘못되었다고 회의감을 느끼기보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좀 더 냉철하게 돌아보고 오직 내 아이를 위한 길이 맞는지 되물어야 한다. 우리 부부 역시 아직도 그 길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 어렵지만 그 길의 끝에 아이의 내일이 결정되는 이 어려운 과정이 여전히 낯설다. 모든 부모가 처음일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누가 덜 실수를 하는가에 따라 행복은 결정된다. 또 어떨 땐 실수가 오히려 행복을 위한 뜻밖의 힘이 되기도 한다.

@ pixabay

주말, 아이가 노래를 불러준다. 오연준의 '쉼이 필요해'. 나도 일을 하면서 함께 흥얼거리게 된 이 노래는 비단 학생들에게만 공감 가는 노래는 아니다. 직장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쉼. 쉬어야 다시 일할 수 있는 우리들이니 말이다. 일로, 스트레스로 버닝 된 우리에게 작은 쉼을 선물하자. 공부에, 숙제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 또한 쉼을 선물하자. 그 쉼을 통해 숨을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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