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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an 31. 2023

누구를 위하여 술을 마시나?

살기 위해 일하지, 죽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다.

지역 언론사 기자인 그녀는 타 지역 언론사의 러브콜에 기꺼이 응했고 가족 모두 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의사인 남편은 팀장을 맡은 아내를 응원했고 더 높아진 그녀의 자존감에 안도했다. 시작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그녀의 꽃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바로 전까진.


사회성이 밝아 붙임성이 좋기로 이름난 그녀는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았다. 지역 네트워크를 위해, 기자정신을 발휘해 부지런히 부르는 곳마다 뛰어갔다. 갔다가 그냥 오는 법이 없었다. 거의 매 순간, 술.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술자리로 이어졌고 늦은 시간 만취 상태로 집에 가기 일쑤였다.


늘 육아는 남편의 몫이었다. 그녀를 열렬히 응원하던 그였기에 그녀의 늦은 밤 귀가도 고생으로 생각하며 아내를 다독였다. 다음날 해장국을 끓여내며 여전히 그녀를 외조했다. 6개월이 넘어가자 서서히 그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려고 결혼을 했나, 이러려고 아이 둘을 낳았나. 의사인 그에게 서서히 찾아온 우울감. 그렇게 둘은 '이혼'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잠시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 그들. 기자가 되기 위해 인생을 바쳤고 팀장으로서 기자 생활의 맛과 멋을 누리던 그녀는 대체 누구를 위해 술을 그토록 마시게 된 걸까. 취재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자리로 이어지고 취재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위해 술자리에 가야 하는 생활의 연속. 과연 그녀에게 삶의 최고의 가치는 무엇이었던 걸까?


아내의 꿈,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퇴근 후 모든 시간을 아이들의 육아에 바쳐온 그가 꿈꿨던 가족이라는 가치는 또한 무엇일까? 크게 바라는 것은 없었을 테다. 아내가 퇴근 후 그와 함께 아이들의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놀듯 공부하며 꿈을 만들어가는 순간을 함께 하는 것. 어렵지만 또한 쉽지도 않은 그 평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 pixabay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녀는 여전히 꿈의 레벨을 낮추지 못할 것이며 그 또한 여전히 함께라는 가치의 눈높이를 낮추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한다. 죽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살아가는 면면을 살펴보면 도대체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일을 하는 것인지 의문인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나 역시도 살기 위한 건지, 죽기 위한 건지 일하는 순간순간 몰입의 상황에서 헷갈릴 때도 있지만 폭주의 순간, 브레이크를 건다. 그렇게 환기를 하고 다시 하던 일의 심연으로 빠진다. 돌이켜 생각해 본다. 직장 생활에 있어 내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 가치를 위해 나는 얼마나 나를 쏟아붓고 있는지,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의 균형은 잘 맞추고 있는지.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에서 묻듯 우리는, 나는 왜 일하고 있는지, 단지 돈인지, 조직 속에서 더 큰 무언가를 얻지는 않는지, 그 무언가의 가치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냉철히 따져 물어야 한다. 대체 누구를 위해 술을 마시는지, 그 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가족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보다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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