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나이였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by 파란카피
문득 떠오르겠죠. 참 많이 울 것 같아요. 미움과 그리움 사랑과 원망이 섞인 복잡한 마음이죠. 차가운 길목에 서서 참 오래 기다렸었죠. 그 맘을 얻으려 그 맘을 이해하려 기웃대던 시간들. 다른게 보여요 당신의 나이가 되니 감당 못 하셨을 그 무게와 외로움들이 할퀴던 순간도 속은 아프셨을 그 맘 사랑이었을까요. 둘이서 같이 걷던 단 한 번의 추억 있어요. 언제나 분주한 뜻 모를 당신 삶 속에 난 늘 혼자 같았죠. 내가 닮았네요. 미워한 그 모습까지 다가 설 수 없게 멀었던 조용한 사랑. 어떤 세월에도 결국 보고 싶은 대체 가족이란 뭘까요. 다른게 보여요 당신의 나이가 되니 소리 못 내셨을 고뇌와 두려움들이 화내던 순간도 어쩜 사랑이던 내 맘 이제서야 꺼내요. 문득 떠오르겠죠. 참 많이 울 것 같아요. 사진을 꼭 쥐고 집으로 돌아온 길은 복잡한 마음이죠. 이별은 미움을 덮죠.
- 임재범의 노래, 아버지 사진 가사 (2022년)


늦둥이 막내로 어린 시절 같이 밖에 나가면 늘 아버지를 할아버지냐고 물어보는 통에 아버지와의 외출이 싫었던 그때


동네에서 잘나가던 슈퍼를 했지만 인근에 생긴 대형마트로 가세가 기울어져 이사를 가게 되어 전학을 해야해 눈물이 많이 났던 그때


국민학교 운동회가 있던 날, 장사를 하는 어머니는 오지 못하고 아버지가 온다고 해 아버지가 나를 찾지 못하도록 숨어 버렸던 그때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하신 아버지와 함께 간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드리며 아버지의 한참 작아져버린 등을 보며 속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던 그때


공부를 잘한다고만 여기던 막내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입시상담을 하러 온 학교에서 뒤쳐진 성적을 보고 실망하셨지만 속으로 참고만 계셨던 그때.


입대를 앞두고 약수터를 가다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신 그때, 그래서 입대를 1년 연기하고 아버지 곁에서 눈물로 함께했던 그때.


병문안을 오는 사람마다 막내 아들이 원하는 대학을 가진 못했지만 원하는 과에 가게 되어 내내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며 공부 잘한다며 그렇게 자랑을 하셨다는 그때


아버지께 암이라는 사실을 숨겼고 노환으로 알고 계시다 6개월 후 마지막 순간, 암이었다고 말씀드리자 마지막 눈물 한방울을 흘리고 숨을 거두신 그때


그때마다 무거웠을 아버지의 어깨와 매순간 아득했을 그의 하루하루에 그리움이 사무친다.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그러지 않으셨을 내 아버지가.


그리고 지금 내가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느끼는 나의 무거운 어깨와 쉽지 않은 하루하루 속에 아들을 본다.


한번이라도 더, 따뜻한 말한마디로, 안아줄 수 있도록, 아버지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을, 아들에게 줄 수 있도록.


세상에 내가 없으면 아이에게 좋은 기억만 남아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보다 웃음이 더 날 수 있도록 더욱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