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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업을 빛나게 할지니

MZ들의 지혜로운 사이드잡

by 파란카피

결혼식에서 만난 그는 한 지방 회사의 신입사원이었다.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라 평소에 일 잘한다는 얘길 가끔 듣곤 했던 그였다. 뷔페에서 접시에 담아 온 음식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20대 후반인 그는 올해 안에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부캐로 운영 중인 학원은 입사 후 더 이상 강의를 하지 않고 관리만 하고 있다고 한다.


학원 운영이라... 냅다 참지 못하고 어떤 상황인지 묻게 되었다. 대학 졸업을 하고 과외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호기롭게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국영수 학원을 오픈했고 나름 학군 좋기로 소문난 아파트 대단지에서 인기 있는 학원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대학원에서 공부한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꼭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단다.


학원을 운영하며 그렇게 취준생 모드로 공부했고 그 지역에서 이름난 회사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 그. 꿈꿨던 직장생활은 아니지만 직장이라는 체계화된 조직을 통해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는 나날이라고. 학원이 부캐가 되고 직장이 본캐가 되어 직장인이라는 본업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단다.


기획서를 쓰는 일에 있어서도, 그것을 실행하는 전략을 짜는 일에 있어서도 사업의 마인드로 임하다 보니 스스로 경력 같은 신입사원 모드라는 것. 그에게 있어 철칙은 바로, 직장에선 부캐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것. 부캐는 부캐일 뿐 본업이 우선, 부캐가 본업을 앞서선 절대 안 된다는 것.


빈틈없이 업무를 잘 수행해내고 있는 타사의 대리급 후배 하나는 작년부터 퇴근 후 머니 파이프 라인을 추가했다. 바로 바버샵! 남성전문미용실인 바버샵을 친구와 동업해 3개를 오픈한 것. 퇴근 이후 서비스 관리를 위해 들러 체크를 하고 주말엔 샵 매니저로 운영한다.

salon-6964546_1920.jpg @ pixabay

오픈을 위해 상권 분석, 네이밍, 마케팅, 매니지먼트까지 회사의 모든 시스템이 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몸소 체험했다. 오픈 이후엔 직원 관리, 매출, 손익 분석과 더불어 마케팅까지 폭넓은 시각은 물론 치밀한 혜안까지 겸비했다. (아니해야만 했다.)


그냥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되는 건 없다는 것.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직접 챙기고 뛰어다녀야 했다. 그 사이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과 요령 등 다방면의 시스템들에 속도가 붙고 거침 없어졌다. 부캐 혹은 사이드잡이 업무력 증강을 위한 디딤돌이 된 셈.


물론 이런 부캐나 사이드잡이 불편한 CEO나 상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있어 빈틈없이 수행하고 오히려 업무에 도움이 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케이스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일을 열심히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지만 둘 다 클리어하게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컨셉에 딱 맞게, 니즈에 똑 들어맞는 업무 수행이 결국은 조직의 성공을 이끈다. 임시방편적 요령보다는 혜안을 갖춘 방법과 방식, 그것은 책상에 앉아서 얻는 것이 아니라 현장 속에서 체득된다. 그것이 꼭 부캐나 사이드잡이 아니더라도 간절한 취미 속에서도 가능하다.

hierarchy-2499789_1920.jpg @ pixabay

지금 당장, 어떤 새로운 일이 나의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업무력 증강을 위한 비즈니스 플랜을 짜보자. 돈이 되지 않아도 된다. 돈을 좀 까먹어도 좋다. 나에 대한, 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1등 당첨을 기다리는 로또의 순간만큼이나 미래를 살찌우는 설렘의 순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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