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산사람의 부산호캉스

해운대웨스틴조선호텔.jpg

by 파란카피

서울로 호캉스 1박을 계획했다. 부산에서 서울왕복 KTX만 해도 인당 12만 원, 3인 가족에겐 36만 원. 이 돈이면 부산에 괜찮은 해운대 호텔에서 호캉스가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은 문을 닫은 그랜드호텔을 시작으로 파라다이스호텔, 웨스틴조선호텔은 전통을 자랑하는 해운대 대표호텔들이다. 떠들썩했던 엘시티의 시그니엘호텔이 합세해 더욱 뜨거운 숙박전쟁 중이다.


규모가 있는 이런 호텔과는 달리 그랜드조선호텔, 신라스테이, 라마다앙코르, 라비드아틀란, 씨클라우드 등 수영장이 없어 아쉬운 가성비 호텔도 해운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플렉스의 범위치에 따라 호텔을 고르고 그에 맞는 일정을 짜면 될 일. 이번 호캉스는 해운대웨스틴조선호텔. 해운대에서도 동백섬 입구에 자리한 뷰와 F&B, 룸컨디션과 서비스 어느 하나 빠짐없는 호텔이다. 그야말로 부산사람의 부산호캉스!


패밀리룸으로 하려다 이규제큐티브로 예약을 진행했다. 이규제큐티브는 클럽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핑거푸드와 차를 즐길 수 있는 데이타임과 주류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해피아워, 두 번의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클럽라운지의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1인 포함이 아쉽지만 동반 이용 시 금액을 추가해야 한다. 이규제큐티브 오션뷰에 동반 가족의 클럽라운지 이용을 추가하니 금액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지만 모든 이용이 끝낸 지금, 돈값했다.


10층 오션뷰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엘시티와 해운대 비치, 그리고 바다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최상의 뷰였다. 그야말로 뷰깡패! 맑았다가 흐려지며 해무가 가득하고 다시 화창해지며 먹구름이 끼는 엘시티를 배경으로 한 날씨의 변화를 하루 만에 모두 목격할 수 있었다. 클럽라운지 2회 이용과 헬스클럽, 사우나, 수영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호텔 밖을 나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틈틈이 호텔 바로 앞의 바다를 산책하며 부산사람 아닌 듯 걸었다.

체크인하기 바로 전 호텔 바로 앞의 바위틈에서 게를 잡았다. 부산에 살다 보니 가끔 여름 이곳에서 게를 잡곤 했는데 여전히 아이들이 찾아와 게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간단히 생태 체험(?)을 하고 체크인 후 바로 클럽라운지 데이타임을 이용했다. 쿠피를 비롯한 간단한 베이커리, 과일과 커피, 차를 맘껏 이용할 수 있었다. 바다가 바로 앞에서 보이는 뷰는 덤으로 말이다. 오랜만에 가족의 대화를 나눈 후 객실로 향했다.

오션뷰에 감탄하며 짐을 풀고 책을 읽으며 바다멍을 때렸다. 불멍, 하늘멍 멍들이 많지만 호텔의 가장 높은 10층에서 바라보는 환상의 바다멍은 더욱 판타스틱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잠시 객실에 혼자 두고 1시간 아내와의 클럽라운지 해피아워에 다녀왔다. 데이타임과는 달리 안주로 제격인 음식들과 치즈가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세팅되어 있었다.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맥주는 물론 심플하게 즐길만한 양주까지 무제한 제공이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다소 짧긴 했지만 다양하게 즐기기엔 더없이 좋았다.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아내라 좀 아쉬웠지만 한 모금씩 모든 들을 섭렵했다. 다 먹고 나오니 빨개진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술 좋아하는 분들에겐 마치 1시간 미션 수행하듯 찐하게 마시기엔 나쁘지 않겠더라.

아이와 사우나를 다녀오니 시간이 훌쩍 밤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밤산책을 나섰다.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엘시티까지 해변 걷기. 곳곳에 버스킹이 열리고 있었고 재작년 호캉스로 너무 좋았던 파라다이스호텔을 지나 엘시티까지 밤공기가 너무 좋았다. 호랑이젤라떡이 문을 닫아 좀 아쉬웠지만 지난주 20분 웨이팅으로 겨우 먹었던 터라 쏘쿨하게 패스했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그 길로 온 가족이 마스크팩을 하고 잠이 들었다.

조식 역시 클럽라운지. 호텔 뷔페인 까밀리아의 뷔페보단 간단하겠지만 소식좌인 우리 가족에겐 여기가 딱이다. 조식을 굳이 한식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는 빵과 햄 등 기본적인 호텔 조식의 구성에 만족했다. 체크아웃까지 객실에서 서로의 시간을 가진 후 체크아웃과 함께 수영장으로 향했다. 투숙 중에 대부분 수영장을 이용하지만 부산에 사는 우리야 체크아웃을 하고 가도 크게 불편할 게 없었다.

풀이 생각보다 작아 좀 아쉬웠지만 수영을 잘하는 아이에겐 최적이었다. 부산 아난티의 워터하우스에 비해 풀의 구성이 너무 단조로웠지만 이런 바다뷰에 이런 풀이라면 땡큐지. 파라다이스호텔의 야외온천 씨메르도 살짝 그리웠다. 1박 2일의 호캉스 프로그램을 모두 끝내고 1층 조선델리에서 맛있는 빵을 구매한 후 호텔 바로 앞의 동백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관광객 모드로 산책을 하고 APEC 기념관을 돌아본 후 거센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잔을 했다. 부산사람이 왜 부산에서 호캉스를? 할 사람들이 분명 많을 거다. 왕복의 시간을 줄이고 마치 이곳이 해외라는 마음으로 호텔의 서비스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느긋한 해외여행이 되는 거다. 그게 우리 가족의 아주 단순한 여행법이다. (일종의 정신승리?) 매년 1회 해외여행을 가다 스페인을 끝으로 코로나로 3년을 해외로 갈 수 없었던 우리.

아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프랑스로 내년엔 꼭 떠날 수 있기를. 갈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프랑스 풍의 국내 호텔을 찾아 프랑스인 듯 호캉스를 즐겨야겠다. 1박 2일 돈을 썼으니 내일부턴 더 힘껏 일해야 한다. 놀기 위해 일하고 쉬기 위해 일하는 우리, 노는 것만큼 큰 힘이 또 있을까. 놀수록, 쉴수록 더 강해지는 우리를 내 지역의 호캉스를 통해 확인해 보자.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