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MZ의 특강 비교
몇 년 전까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특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던 내 입장에선 현타가 왔다. 생각보다 집중을 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간혹 졸고 있는(오후 강의여서 그렇다고 정신 승리를 하곤 했지만) 학생들을 보며 특유의 라떼 기질로 요즘 아이들이란... 했던 기억에 대체 친구들이 졸지 않고 눈을 반짝이게 한 비결이 뭔지 물었다.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말도 안되는 허황된 꿈보다 지금의 순간을 허심탄회하게, 신랄하게 퍼부어 줬단다. 라떼는 이랬고 니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꼰대 내러티브가 아니라 지금 나의 직장생활의 현실을 드라마 미생을 직관하듯 현실 그대로를 꼬집어 줬단다. 함께했던 교수님도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만큼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는데 아이들의 눈망울은 그저 초롱초롱.
그러면서 나를 되돌아봤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길을 걸었고, 너네들은 어떤 길을 길었으면 좋겠는지, 엄마 아빠에게 늘 듣던 잔소리 같은, 시답잖은 소릴 1시간이 넘게 듣고 있자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랬구나! 친구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었던 거구나.
나름 카피라이터로 광고밥을 5년 먹었던 과거를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광고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인사이트에 담아내야 하는 광고처럼 강의 역시 듣고 싶은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걸 다시 가슴에 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팀원만 팀장에게 배울 게 있는 게 아니다. 팀장도 팀원에게 배운다. 아니 더 큰 가르침들이 많다.
사회공헌, 출판, 홍보, 부동산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하는 기회가 가끔 있다. 경험 기반의 팩트 위주의 강의가 대부분인데 앞으론 그 공간에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그들의 상황과 나의 상황에 맞는 솔루션들을 함께 찾는 과정으로 함께 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더 딥하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거다.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당신은 살아가면서 어떤 말을 더 하고 있는지, 주말, 커피 한잔의 여유로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