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서 핫하게 살아가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둔주, 당첨되었어요!". 대관절 둔주라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하다가 아! 둔촌주공! 이미 레버리지를 소진한 그 친구가 무슨 둔주까지나? 그것도 세상에나 당첨이라니. 역시 될 놈은 된다!라는 생각에 격하게 축하를 해줬다. 현재 보유한 부동산과 둔주를 함께 가도 좋을지, 처분을 하고 가야 할지를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함께 가야지!
실로, 이렇게까지나? 할 만큼 부동산 하락 일로다. 어디가 끝일지 모를 만큼 올랐던 그때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렸다. 만나면 부동산 이야기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이 났던 그런 때가 있었다. 부동산을 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고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었던 그때. 누군가는 해서 좋았고, 또 누군가는 하지 않아서 억울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막차 시점에 해서 억울하고, 안 해서 다행인 분들도 꽤 있다. 마치 우리 인생의 롤러코스터처럼 말이다. 예측 가능하지만 그대로 일리 없는 모든 가능성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올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괜찮은 지표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부동산 역시 먹구름 속에서 쉽사리 햇빛을 내어줄 시늉조차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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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고개를 숙이고 스콜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구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있는 자들의 여유다. 현재 투자한 부동산에 대한 점검을 시작으로 과감하게 날려야 할 것들과 살려야 할 것들에 대한 명확한 결정, 그리고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
한껏 올랐던 재개발 물건의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무너져 0이 되었다. 하지만 학군 좋기로 첫 손꼽는 지역에 봐두었던 물건이 -2억이 되었다. 기존 물건은 조합장 해임으로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고 결국 그는 손을 놓았다. 그리고 봐두었던 물건을 덥썩 물었다. 어떤 결정이 옳았는지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겠지만 마음 졸이고 잠 못 자는 걱정값은 덜었다.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면 스테이, 그러지 못하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당장 살아야 하니까. 무작정 꽉 잡고 있다고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다. 포트폴리오를 쫙 펼쳐놓고 1년, 3년, 5년 스스로 마스터플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절실한 지금이다. 1년 후일지, 3년 후일지, 5년 후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예측일 뿐이고 희망일 뿐이다. 그래서 조금은 더 보수적으로 미래를 그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2023년, 올해 내가 눈을 돌린 부동산 포인트는 바로, 소형 오피스텔 경매 낙찰을 통한 월세 세팅이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지인이 그토록 경매 물건 임장을 다니더니 작년 하반기 원룸 하나를 반값 4천만 원에 낙찰받았다. 3개월의 공실 기간 속이 쓰렸지만 임대가 되었고 월 30만 원의 월세를 받게 되었다. 투자치곤 꽤 괜찮은 수익률이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수억, 많게는 수십억 하는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거다. 대출이 아니고서야 가능할 일이냐는 거다. 결국은 아파트가 아닌 소형 오피스텔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1인 가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소액 투자를 통해 월세 세팅을 하는 게 현재의 안전 투자가 아니겠냐는 거였다. 격공의 순간이었다. 퇴근 후, 주말, 토지를 비롯해 많은 경매 물건을 찾고 있었지만 실현 가능한 물건이 가장 현실적이다라는 교훈을 얻게 된 거다.
그래서 찾은 부산 한 지역의 소형 점포 반값 물건. 퇴근 후 조용히 혼자 도보 임장을 떠났다. 지하철 역에서 불과 100미터. 앞과 옆은 온통 아파트 단지다. 오래된 오피스텔의 2층 점포로 임대인이 대항력이 없다 하더라도 명도에 있어 쉽진 않아 보였다. 심지어 관리비 역시 300만 원 이상 체납된 상태였다.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확인을 했으니 맘은 놓였다. 물론 입찰은 하지 않겠지만.
임장의 현장
두 번째는 바로 농지연금이다. 농지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전, 답, 과수원)를 담보로 노후생활 안정자금을 매월 연금 형식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2022년 2월부터 만 60세 이상 농업인도 가입할 수 있도록 그 대상 연령이 확대되었다. 농지연금은 농지은행, 농지연금 포털 사이트에서 접수하거나 농지연금신청서와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 혹은 직접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고 한다.
농사가 체질이 아니라면 쳐다도 보지 말아야 한다. 5년 전부터 부산의 한 농지에서 작은 농사를 짓고 있는 터라 솔깃했다. 부산 외곽에 유찰되어 공시지가 이하로 최저가 형성된 경매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좀체 나오지 않지만 언젠가는 나올 거라는 희망으로. 또한 좋은 물건은 이미 바로 낙찰되기 일쑤니까.
재테크 수단으로 농지연금이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농지연금 신청자의 농지 보유기간을 2년으로 하고 담보 농지와 주소지의 직선거리를 30km 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농사에 진심인 농사꾼으로서 농지연금을 노릴 필요가 있다는 거다.
집을 팔고 사고의 개념에서 조금은 쓸모 있는 부동산으로 변화되어 가는 양상이다. 재테크 수단을 넘어 매매가 잘 되지 않더라도 임대나 직접 쓰임이 가능한 나의 상황에 맞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투자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레버리지로 투자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 지금의 순간들이 축적되어 다시 부동산의 봄날이 올 때 숨은 고수의 스킬을 꺼낼 수 있도록. 부디 부동산의 촉을 녹슬지 말게 하자. 지금의 빙하기가 언젠가 눈을 뜨면 또 하나의 흑역사의 추억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