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 먹기 귀찮은 주말 아침, 하루쯤은 빵으로 때우거나 간단한 브런치를 해 먹어도 좋지만 그래도 밥이 필요한 분들에겐 볶음밥보다 쉽고 간편한 계란 김밥을 추천한다. 계란을 어떻게 하길래 계란 김밥이냐고? 맛있게 말아둔 김밥을 한 끼로 먹은 다음날 주말 아침, 그 김밥에 계란을 묻혀 부쳐 먹는 김밥 말이다.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생각보다 맛있고 간편하다. 김밥 역시 기본적인 재료로 스팸, 계란, 단무지, 어묵, 맛살, 당근을 썼다. (냉장고에 시금치나 부추가 없어 초록색이 빠져 아쉽지만) 금요일 저녁 맛있는 한 끼로 함께하고 4줄을 랩을 씌워 실온보관했다. 아직은 봄이니깐.
토요일 아침 7시, 느지막이 일어나 송송 한입 먹기 좋도록 김밥을 썰었다. 계란 3개의 흰자와 노른자를 각각 분리해 부드럽게 풀어놨다. 비교적 양이 적은 노른자에 먼저 김밥 하나씩을 넣어 겉면에 묻힌 후 팬에 구워냈다.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어제 쓰다 남은 참기름을 썼다. 주방 가득 확 퍼지는 고소한 향기. 고소한 아침이 깨어나는 순간.
이어 흰자에 역시 묻혀 모두 구워냈다. 남은 흰자는 팬에 모두 부어 남은 김밥 양옆의 꼬다리를 그대로 위에 올려 구워냈다. 하얀 눈밭에 큼직한 발자국이 찍힌 마냥 먹음직스러운 한판의 요리가 되었다. 주말 아침엔 평소보다 덜 먹는 아이가 물개박수를 치며 쉴 새 없이 입을 가득 채웠다.
어린 시절,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의 맛은 아니지만 가족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넣어 맛있게 말아주는 아내의 김밥, 하루 지난 그 김밥에 내가 계란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완성한 계란 김밥.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가 함께 행복한 주말 풍경.
소풍 가는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김밥, 이젠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김밥. 나와 내 아이, 아내 모두에게 다른 김밥의 의미가 도란도란 모여 앉은 아침이다.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김밥 하나씩을 집어 입에 넣는다. 오물우물 각자의 의미와 추억으로 소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