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년 전이었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 이직을 생각하던 그때 한 출판사와 식품회사에 프러포즈 메일을 보냈다. 카피라이터였던 당시 출판과 식품 F&B는 나의 꿈에 한층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다. 두 곳에서 모두 연락이 왔고 두 곳 모두 실제 입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식품회사는 당시 홍보, 마케팅팀이 별도로 있지 않았던 상황. 이 브랜드의 미래 가치는 바로 해외 진출이라는 확신이 있던 터였고 홍보마케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던 찰나. 임원이라는 분이 직접 연락을 주셨다. '파란카피님, 저희 회사와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서에서 일을 하지?' 순간 얼음. 당연히 홍보마케팅을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포지션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가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식품 F&B에 대한 꿈은 접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19년째 홍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여전히 F&B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가득 담은 채.
아끼는 지인이 얼마 전 큰 마음을 먹고 한솥도시락 프랜차이즈를 오픈했다. 이미 아내는 건강식품 브랜드 매장을 하고 있고 남편 역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던 터라 설마, 그럴 여력이 되겠어? 했지만 그들은 해내고야 말았다. 그것도 3,853세대 동래래미안아이파크와 동래럭키아파트에 온천초등학교를 완벽히 아우르는 요지에 말이다. 임대 매장을 알아보고 한솥도시락 영업팀과 미팅을 하고 매장 인테리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까지도 실감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정말 매장을 오픈하고 오픈 이벤트를 한다는 연락을 받자 아, 진짜 정말 레알 해내고야 말았어! 진심 내가 하고 싶던 일을 그들은 눈앞에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20년 전 F&B의 꿈을 시작하고자 내가 입사 컨택을 했던 바로 그, 한솥도시락을 말이다.
그들과 가끔 식사 자리에서 F&B 창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음식하는 걸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한솥도시락과는 찰떡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의 지인 역시 부산에서 한솥도시락 매장을 운영하고 있던 터라 그들에게는 그 매장 자체가 래퍼런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한 달 순수익이 천만 원. 물론 온 가족이 새벽부터 밤까지 온 영혼을 끌어 넣어야 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친구들에게 이런 사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랬다. 지금의 직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해서 받게 되는 월급과 온 영혼과 몸을 갈아 넣어 남게 되는 수익을 생각해라. 어떤 선택이 진정한 행복일지. 힘든 일, 한 번도 안 해본 네가 정말 온전히 독립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낼 수 있겠는가.
영업팀과 사업 미팅을 잡은 그들은 부산의 매장 상황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발품을 팔아 최종 결정한 곳이 바로 동래래미안아이파크였다. 멀지 않은 인근에도 매장이 있지만 대단지 아파트와 초등학교, 상권을 품은 곳이기에 승산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당장 임대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1층에 10평 남짓 규모, 생각보다 월세가 높았지만 입지가 정답일 수밖에 없기에 계약을 하고 매장 인테리어 들어갔다. 인테리어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매뉴얼대로 착착 진행해 갔다. 인테리어가 끝나고 주방 세팅을 마치고 식재료들을 들여놓는 순간, 울컥했다. 아, 이렇게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게 된 거구나. 가오픈 기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주문이 이어졌고 오픈 전까지 전투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되었다.
오픈과 함께 팡! 하고 터졌다. 영혼과 몸은 비록 고달프지만 매출 상승의 피로회복제는 매우 달았다. 모든 매장이 그렇겠지만 그들은 도시락 하나에 정성 두 개를 더한다. 물론 정량과 매뉴얼에 따라 도시락을 싸지만 좀 더 맛있게 튀기고 좀 더 맛있게 담아내는 그런 정성 말이다. 이제 겨우 오픈한 지 일주일 남짓, 몇 개월이 지나 나눌 소회겠지만 2년, 3년이 지나 그들에게 묻고 싶다. 권리금, 얼마 되었어요? 기업과 마찬가지로 결국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매출과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권리금이라는 미래 가치 역시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부산의 매장이 표기된 지도를 펼쳐보며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내 접는다. 직장 생활을 하며 매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리란 생각에 말이다.
안정된 직장의 월급 VS 영혼과 몸을 갈아 넣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생각보다 많은 수익
워라밸을 생각한다면 단연 직장, 인생에 한 번쯤은 도전을 통해 내 모든 것을 쏟아붓고 토해낼 수 있다면 프랜차이즈 사업. 어떤 선택일지는 자신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간단하게 정해질 듯하다.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혼까지 갈아 넣고 싶지 않다면 수익은 조금 적더라도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림 고수가 난무하는 커피 전쟁 속에 니치마케팅(틈새시장)에 성공한 블루샥 커피는 월 순수익 500만 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MZ 점주들에게도 인기다. 도시락 사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에 딱 맞는 사업을 찾는 것, MBTI 테스트하듯 한번 찾아보자. 나를 이해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매일 한솥도시락에 담는 그들의 창업의 꿈. 정성껏 담은 도시락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만족이 어우러져 도시락 맛집으로 이름났으면 좋겠다. 지금껏 해왔던 그들의 길을 보면 앞길이 보인다. 가끔 들러 응원하며 체크해야겠다. 그들의 꿈에 나의 꿈을 대입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