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대단해서 지존까지 달았냐고? 뭐, 4,500원에 한가득 콩칼국수 한 그릇 받아 들면 이런 소리 절로 난다. 마침 양정에 갈 일이 있어 초스피드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던 그날,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그곳, 부산 양정시장 칼국수 거리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 양정역 3번 출구로 나와 첫 번째 골목에 좌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2개의 칼국수집이 있다. 그중에 왠지 맛 글자가 있어 더 맛나 보이는 양정맛칼국수로 발길을 옮겼다. 칼국수 3,500원, 그리고 모든 업그레이드 칼국수들이 죄다 4,500원이다. 김밥은 2,500원, 곱빼기는 500원 추가. 오! 이 혜자스런 갓성비라니.
가격에만 메리트가 있다면 감히 갓성비라는 워딩이 튀어나올 수 없다. 그날 살짝 더웠던 탓에 주문한 콩칼국수와 냉칼국수. 따끈한 기본 칼국수를 맛보지 못해 아쉽지만 시원하고 넉넉한 양의 콩칼국수에 육수 제대로인 시원한 냉칼국수 한 그릇 뚝딱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가끔 콩가루가 콩국수 베이스인 곳도 있지만 이곳은 불린 콩 베이스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집이었다.
김밥은 또 어떤가. 4,000원에 육박하는 요즘 김밥에 한 줄 2,500원은 혜자, 그 잡채다. 화려한 필살기 하나 없지만 큼지막한 오이가 돋보이는 소박한 김밥이다. 오래전 시장에서 맛봤던 그 김밥 맛, 그대로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딱, 있는 그대로의 김밥이다. 둘이서 한 줄이면 양도 딱이더라.
이런 칼국수 거리는 부산 서면 시장과 거제 시장이 특히 유명하다. 서면 시장의 기장손칼국수를 원탑으로 여기는 나로선 그래서 이 양정맛칼국수의 기본 칼국수를 맛보지 못해 비교할 수 없어 아쉽다. 과거엔 이 양정시장 칼국수 거리에 한두 개는 더 있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설마 이 두 집만 덩그러니 있지는 않았을 듯한데 말이다.
전통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두 집이 고마웠다. 조만간 서울칼국수도 꼭 맛봐야겠다. 지하철과 가까워 편하고 전통 시장의 감성을 덤으로 느낄 수 있어 좋은 양정맛칼국수. 양정 시장하면 영심이 족발만 떠올리지 말고 칼국수도 꼭 픽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