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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01. 2023

김밥이 없는 소풍

미니 햄버거로 부탁해!

모처럼 떠나는 초등학생 아이의 체험학습.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도시락! 어릴 때 소풍이 체험학습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여전히 아이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작년까진 너무나 당연하듯 김밥에 유부초밥, 과일, 과자를 넣어줬는데 이번엔 아이가 특별 주문을 한다.


김밥 말고 미니 햄버거로 부탁해!


2주 전부터 치아 교정을 시작한 아이의 치아 상태를 고려해 안 그래도 김밥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메뉴를 변경 주문해 주어서 고맙다.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어떤 레시피로 할까. 잠시 아내와 고민하다가 바로 답이 나왔다.


다진 고기에 빵가루, 양파 등 야채를 넣어 치댄 수제 패티를 만들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고 그냥 시판 떡갈비로 패티를 대체하자! 결론을 내고 떡갈비에 데리야끼 소스를 넣은 후 치즈를 올리고 상추로 마무리하려 했지만 아이는 꼭 양상추를 넣어야 한단다. 빅맥송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라 양상추가 딱하고 떠올랐나 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먼저 미니 햄버거를 만들었다. 오렌지와 키위를 깎아 과일 도시락을 만들고 과자를 골고루 넣어 과자 도시락도 만들었다. 햄버거로는 배가 안 찰 거 같아 베이컨 말이도 준비했다. 야채와 소고기를 넣어 볶은밥에 베이컨을 돌돌 말아 구운 밥. 그리고 빠져선 안 되는 비엔나 소시지! 문어와 게 모양으로 까만 깨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총 5개의 도시락이 차려졌다.

미니 햄버거는 꼭 5개여야 한단다. 4명의 친구들에게 꼭 하나씩 나눠줘야 한다나. 김밥이 없으면 안 되는 나의 소풍에서 이젠 김밥이 아니어도 되는 아이의 체험학습으로. 세월이 지난 만큼 세대가 변한 만큼 메뉴는 달라졌으나 엄마, 아빠의 정성은 그때 그대로다.


아들아! 사랑해! 체험학습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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