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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11. 2023

부산 중앙동 1, 2차 국룰 안주맛집

뚱보집 그리고 부산포

부산의 원도심, 중구, 동구, 서구, 한때 발 디딜 틈 없는 중심지였지만 이젠 과거가 되어버린 곳들이다. 그곳들 중에서도 특히 부산역과 인접한 중앙동은 과거 부산시청, 부산MBC가 있던 곳인 만큼 여전히 맛집의 계보와 명백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포 중에서도 메밀 하면 떠오르는 중앙모밀, 횟밥으로 유명한 중앙식당을 떠올리지만 뚱보집, 부산포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만에 들른 중앙동 초입길 돌쇠 장작구이엔 오후 6시 전임에도 꽤 긴 줄을 서있다. 얼마나 맛있길래! 하며 오늘은 약속장소 뚱보집을 향했다. 몇 해 전 먹었던 그 맛, 그대로이길 바라며.


1. 부산 중앙동 뚱보집

6시 전이라 다행히 웨이팅은 피했다. 입구 쪽 빨간 테이블에 자리 잡고 첫 번째로 록빈을 주문했다. 새우빈대떡인 록빈은 새우, 양파와 어우러진 빈대떡으로 마치 튀기듯 푸짐한 안주다. 4장에 18,000원. 물론 예전보단 오른 가격이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하게 된다.

4명이 한 조각씩 피자 먹듯이 끝내고 보쌈을 주문했다. 보쌈 大자가 23,000원이다. 2만 원 하던 가격에서 조금 인상된 가격이라 아쉬웠지만 여전히 야들야들하게 잘 삶긴 수육에 깜짝 놀랄 보쌈김치는 여전히 아삭했다. 보쌈김치를 조금 더 추가주문해서 먹고 싶을 정도로 그 맛이 끝내준다.

뚱보집 왔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메뉴가 바로 쭈꾸미. 맛있게 잘 구워진 쭈꾸미에 비법 고추장을 끼얹어 나온다. 무엇보다 연하고 고소한 맛에 매콤한 고추장 소스가 버무려지니 금세 한 접시가 비워진다. 매운 거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땡초쭈꾸미를 추천한다.

그래도 이까지 왔으니 장어구이도 먹어보자며 주문한다. 한 접시 18,000원. 살짝 양이 적어 보이지만 장어 1인분이라 생각하면 맛보기엔 딱 좋다. 겉바속촉에 소스의 매콤함이 비린내를 잡아주니 이 역시 금방 한 접시를 비워냈다. 뚱보집의 시그니처 중 하나가 바로 밥. 두부정식(4,000원), 콩나물밥(4,000원)은 진리라는데 배가 불러 주문 못해 아쉬웠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되어 더욱 붐비는 여기 뚱보집은 40년 노포다. 6시가 넘으니 꽉 채워진 테이블에 웨이팅이 시작되었다. 1차로 요기하며 시작하기 좋은 집. 1호선 중앙역 1번 출구에서 2분 거리다. 부산 사람들에게도 유명하지만 외지에서 오는 분들에게도 알려진 부산 대표 노포 맛집이다.


2. 부산 중앙동 부산포


부산에 마지막 남은 주모가 계신다는 노포 중의 노포 부산포. 지금은 안주라곤 파전과 서대구이가 다지만 옛 정취 그대로 벽이란 벽엔 예술인과 문인들의 낙서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흐른 세월만큼 연로해진 사장님은 여전히 그 자릴 지키고 있었고 우린 레트로 감성으로 100년의 정취에 취했다.

사이즈 대박인 25,000원의 파전은 아낌없이 재료를 때려 넣으셨다. 부드러운 반죽에 식감 좋은 파와 해물들이 춤추는 파전 한 접시에 동동주를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12,000원의 동동주는 세숫대야와 같은 분청사기 가득 내어져 나온다. 파전과 한 그릇을 비워 추가 주문을 했다.

단 두 가지 메뉴라 배가 불러도 꼭 맛보고 싶었던 서대구이. 생선구이로는 먹어봤지 반건조 서대구이라니. 아니 이게 대체 몇 마리 서대야? 생선 한두 마리는 한 테이블에서 먹어봤지만 이렇게 많이 말려진 서대를 마주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소한 서대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부산의 마지막 주모인 사장님이 연로해 관리가 좀 되지 않고 있어 아쉬웠지만 이렇게 자리해 동동주 한잔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순간이다. 먹는 내내 모기 때문에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 또한 추억이 되었다.  중앙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 뚱보집에서 1차, 부산포를 2차로 마무리하면 밤 10시 전에 마칠 수 있는 코스다.


부산을 여행하고 늦은 밤 상행길이라면 저녁 한잔으로 좋은 집. 회사 근처에서만 하던 회식, 노포로 레트로 감성 충전의 회식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괜찮은 집. 부산 중앙동 뚱보집과 부산포다. 부산에 살면서도 이런 오랜 노포를 방문하게 되면 여행자가 된 듯 설렌다. 부산 중앙동의 1, 2차 내겐 국룰같은 두 집의 이야기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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