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 주말 아침 생각에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 잠시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아내보다 오히려 남편인 내가 좀 더 고민이 많은 편이다. 냉장고를 열어 어떤 재료가 있나를 살펴보고 어떤 음식을 간단히 차려 먹을까를 고민하다가 지난주 농장에서 수확해 온 감자가 떠올랐다. 감자와 양파, 호박 그리고 당근. 이 아이들을 잘게 썰어 부침가루나 전분, 밀가루를 넣어 반죽해 감자야채전을 해야지 하고 잠들었다 깨었다.
냉장고를 비롯한 수납을 모두 열어봤지만 밀가루가 안 보인다. 부침가루도 전분도 그 어떤 가루도 보이지 않는다. 아내가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아이들을 장모님께 지난주에 드렸다는 것. 아뿔싸! 썰어둔 야채를 어쩐다. 그러다 아내와 계란만 넣어 부쳐보자 했다. 이왕이면 고소하게 버터로 말이다. 계란 3개를 넣고 적당히 버무려 손바닥보다 조금 작게 구워내기 시작했다.
집안 가득 고소한 버터향이 번졌다. 골고루 색감이 조화로운 감자야채전이 노릇하게 하나씩 구워지기 시작했다. 팬에 4 덩이씩을 구워냈더니 총 12장이 만들어졌다. 돼지고기 항정살 3조각이 남은 팩을 발견해 구워내어 아이가 간단히 먼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반찬 없이 김과 감자야채전, 항정살만으로 한 그릇 뚝딱했다. 아침에 밥 하기 귀찮아 즉석 현미밥을 데워냈다. 자연드림 거라서 그나마 괜찮다는 정신승리를...
감자가 많다 보니 좀 더 조각내어 감자만을 버터에 구워내기로 했다. 물컹거리는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 이건 잘 먹지 않을까 하고 구워냈더니 순삭이란 이런 거구나 싶을 만큼 그릇을 싹 비워냈다. 학원 다녀와 살짝 출출할 때 아이 간식으로 간단히 해주기 딱이다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요리에 특히 더 관심이 많아진 요즘이다. 외식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해 먹는 요리는 귀찮아도 더 맛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은 물가를 생각하면 재료비에 수고로움까지 더해져 쉽게 엄두를 못 낼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우리에겐 간단한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 그리고 최소한의 식기를 활용한 수고로움을 더는 요리보단 조리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버터와 계란만으로 구워낸 감자야채전은 그 모든 요건을 명쾌하게 충족시킨다. 감자만 있다고 하면 가능할 일이다. 냉장고에 다른 야채가 있다면 함께 썰어 부쳐내고 그것마저 없다면 감자에 계란을 그것도 귀찮다면 감자만 버터에 구워내도 좋다. 그것마저 귀찮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귀차니즘도 열렬히 응원한다. 주말엔 쉬어야 충전되니깐.
사실 이번 주말의 스스로 정한 요리 미션은 상추튀김이었다. 바쁜 회사일로 오징어 사는 걸 깜빡했던 탓도 있지만 기름에 튀겨낼 생각을 하니 아찔해 발 빠르게 포기했다. 덜먹어 나쁜 것보다 더 먹어 나쁜 게 많지 않을까 싶다. 영양을 생각한 소식, 그러니 재료 하나쯤 없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반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면 간단히 만들어 맛있게 먹는 우리의 주말 밥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