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최선에도 뜻하지 않은 질타와 야유를 받는 교단의 모든 선생님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질타를 받아야 하는 선생님도 있는가 하면 존경받아야 하는 선생님도 많다. 언론 매체에서 만나는 선생님은 대부분 폭력과 차별, 갑질로 점철된 사건 속 주연이다. 여전히 선생님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고 그 편견 속에 교권은 보이지 않게 무너지고 있다.
가끔 무개념에 가까운 선생님 이야기도 듣곤 하지만 여전히 훈훈한 이야기로 세상 아직 따뜻하구나 싶을 때도 많다. 내 아이도 생각하는 학부모도 많지만 내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 얼마나 조심스럽고 신경 쓰일까, 선생님이란 직업 참 만만치 않겠다 싶을 때가 많다. 좋은 선생님 이야기보다 나쁜 선생님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니 말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 아이가 지금껏 만나온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고맙고 존경스러운 분들이었다. 물론 생각이 다른 학부모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와 아내에겐 그랬다.
우리 어릴 적 그때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연세가 많으신 1학년 선생님이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 많은 학부모들에게 입학하는 날, 아이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에 한숨을 덜었던 기억이다. 내 아이에게 더 잘해주기보다 모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해주는 1년 동안 엄마들과의 유대관계도 더욱 끈끈해졌다.
엄격한 틀로 가끔 엄마들의 불만도 없지 않았던 2학년 선생님 역시 우리 어릴 적 그때 느낌의 선생님이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다 함께 잘해 나가길 원하는 자신의 기준이 명확한 분이었다. 때론 그런 선생님만의 기준이 학부모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흐트러짐 없는 아이들을 보면 별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3학년이었다. 특히 개성 강한 아이들이 많이 모인 반이었다. 티격태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년간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아이들만 바로 보는 선생님이었다. 열정부자라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게 학부모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없이 좋지만 또한 한없이 엄격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란 존재가 아주 확실한 1년이었다. 교육청에 스승의 날이 오기 전 좋은 선생님으로 추천을 해야겠다고 몇 번이나 망설이게 했던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었다.
4학년 선생님은 완전한 신중파였다. 3학년 때보다 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은 1년이었다. 그 속에서 선생님은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아이들을 다독이고 끌어안았다. 좀 결단력 있게 아이들을 리드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커가길 바라는 분이었다. 좀 더 강하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차분함 속에서 아이들 각자가 사회성을 배워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었다. 답은 선생님이 찾아주기보다 너희들이 찾는 거야. 하는 큰 뜻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 5학년이 되었다. 3학년 때 선생님만큼이나 열정부자인 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 뒤처짐 없이 똘똘 뭉치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얼마 전 공개수업 때 참관했던 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생명 존중이라는 모토 아래 아기 달걀 키우기 프로젝트를 아이들과 함께한 결과 보고회였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삶은 달걀 하나를 자신의 아이로 여기고 2일간 돌보는 프로젝트였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되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수업 과정이었다.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소감과 부모에게 쓰는 감사편지를 써 참관한 부모들에게 직접 낭독하고 편지를 전달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중에 책을 읽어주다 울컥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을 보며 나 또한 울컥했다. 이런 선생님이 있구나. 진짜 자신의 아이처럼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구나.
그래서 우리 아이는 참 선생님 복도 많은 아이다. 물론 5년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서운함이 단 1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다. 하지만 이토록 차별과 갑질 없이 아이들을 동등하게 대하며 선생님에 대한 편견을 깨준 분들도 흔치 않으리라. 라떼의 선생님들로 힘들었던 내 오랜 편견을 모조리 깨준 고마운 분들이다.
누구도 갑을이 아니며 아이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교사와 학부모다. 과거에 비해 그 무게와 책임이 비교적 동등하게 변화되고 진화되어 왔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으리라. 단 하나만 기억했으면 한다. 학교는 오직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 선생님도 학부모도 단 하나 아이들을 위해, 모든 아이들을 위한 평등한 토양 위에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응원해줬으면 한다. 결국 우린 그 하나의 미션을 위한 공동체이기에. 따뜻하게 손을 잡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