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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ug 14. 2023

아빠! 이게 소고기야, 돼지고기야?

폼, 맛 미쳤다는 부산 돼지고기 맛집 '동래 산성식육점'

아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맛있게 구워진 돼지고기 한 점을 입에 넣더니 소리친다. "아빠! 이게 소고기야, 돼지고기야?" 신상 맛집으로 들렀던 이곳 부산 동래 산성식육점을 8개월 만에 다시 갔다. 초심을 잘 지켜가고 있을까 싶은 마음에 조용히 들렀다.

청어알, 갈치속젓, 기장미역소금, 갓김치 등 9가지 찬과 장이 담긴 구절판은 여전히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아낌없이 담아져 내오는 정갈한 플레이팅에 여전히 합격! 요즘처럼 비싼 물가에 쌈 채소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당귀까지 플레이팅 된 예쁜 쌈채소들을 보니 어느 하나 허투루 내오는 게 없는 산성식육점이다.

아니 살다 살다 수많은 샐러드를 만나봤지만 대파 샐러드는 또 생전 처음이다. 파절이만 먹어봤지 파 샐러드라니! 한점 먹어보고 깜짝 놀란다.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 돼지고기의 맛을 신기하게 잡아주는 신묘한 매력이 있다. 이런 건 특허 내줘야 하는 거 아닌지.

맵싸한 뭇국은 그야말로 산성식육점의 전매특허다. 땡초에 콩나물, 무와 버섯이 어우러진 환상의 조합으로 고추기름이 그 맛을 평정한다. 돼지고깃집에서 이런 신박한 애피타이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런 뭇국이라면 소주 한병도 마실 기세다.

예사롭지 않은 산성식육점의 히든카드, 바로 한우 육회다. 일단 플레이팅에 한번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란다. 청어알과 계란 노른자가 만나 입속 가득 팡팡 맛이 터진다. 맨 아래 김과 어우러진 맛 또한 신박하다. 육회를 김과 함께? 이 자체가 하나의 메인 요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0g의 산성갈비와 꽃목살(72,000원)을 주문했다. 두툼한 목살이 자글자글 익어간다. 여전히 산상식육점만의 시그니처인 불판을 이용해 맛도 멋도 동시에 살렸다. 드디어 구워진 고기, 분명 돼지고기인데 소고기라 착각할 만큼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그만 대화를 멈춰버렸다.

산성식육점의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버섯 장아찌다. 목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계절 버섯을 맛있는 간장으로 절여낸 장아찌는 고기 한 점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찬이다. 느끼한 맛을 잡는 고기 도둑이다. 무심한 듯 빚어낸 산성식육점만의 비법이 묻어난 찬이다.

돼지고기 맛있는 산성식육점의 돼지껍데기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 1인분만 주문했다. 익혀져 나온 돼지껍데기는 부드럽고 쫀득하며 최정상의 소스로 더욱 맛났다. 동래 박대포 소금구이 껍데기보다 두툼하면서 쫀득한 콜라겐 가득, 배불러 더 주문하지 못해 아쉽다.


기장미역된장찌개, 기장미역된장술밥, 등뼈 김치찌개, 치즈들기름막국수, 마파 칠리 덮밥, 부산식 메밀면(물/비빔), 부산식 사발면의 식사가 진짜 끝내준다. 부산식 사발면을 꼭 맛봐야지 하고 벨트 풀어놓고 먹다 보니 더 이상은 먹을 수가 없었다.


그 아쉬운 순간, 구세주처럼 나타난 계란말이! 우리가 흔히 아는 계란말이가 아니라 팔각 불판에서 고기향을 머금고 돌돌 말아지는 돼지고기 계란말이렷다! 일본 카스테라 한입 먹듯 부드러운 계란말이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위에 살짝 틈을 만들어 주었다. "아빠! 이렇게 부드러운 계란말이는 처음 봐!"

한참을 먹다 밖을 보니 웨이팅이 길었다. 이 더운 날에도 저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미 한 번쯤 산성식육점에 왔던 분이리라. 맛있어서 또 오는 집, 산성식육점. 동래에 이어 부산 전포동에도 더욱 정성을 다해 오픈했다고 한다. 서면에 약속이 있다면 꼭 예약해야 할 첫 번째 집으로 메모했다.


10개월의 시간 동안 오히려 더 맛있어지고 정성이 깊어진 산성식육점. 친절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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