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돼지국밥의 천국이다. 어딜 가나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돼지국밥집 간판. 그렇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취향대로의 맛있는 집이 그 어는 지역보다 수두룩한 곳이 바로 부산이다. 진한 사골국물을 좋아하거나, 맑은 국물을 좋아하거나, 그게 진한 국물의 밀양식이든, 맑은 국물의 부산식이든, 대한민국의 돼지국밥의 총집합소가 바로 부산인 것이다.
다양한 돼지국밥들을 만났고 취향 또한 확실하지만 그 많은 돼지국밥들 중에서도 오늘 나를 매료시킨 집이 바로 이곳, 장전동 설봉돼지국밥이다. 설봉? 내가 자주 가는 집이 연산동 설봉돼지국밥인데 상호가 같네? 그래서 검색해 보니 밀양 3개 돼지국밥에도 설봉이 있다?! 여하튼 어떤 집이 원조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내겐 오직 맛있느냐, 맛없느냐의 기준이 중요할 뿐.
부산 연산동 설봉돼지국밥도 줄 서는 집으로 맛있는데 여기 장전동 설봉돼지국밥은 나를 그야말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더운 주말 돼지국밥이라니. 그것도 이 더운데 웨이팅이라고? 다른 집을 찾다가 순서가 다가와 어쩔 수 없이 들어가 앉았는데 어쩜 그렇게들 맛있게 먹어대는지, 맛 좀 볼까? 하고 순대국밥을 주문했다. 돼지국밥이 뭐 거기서 거기지. 뽀얗게 진한 국물이겠거니 기다렸다.
역시 맑은 국물이 아닌 진한 국물, 하지만 뽀얗지 않다? 사골처럼 뽀얗게 진한 국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진하면서 맑은 이 국물은 뭐지? 하고 다진 양념을 풀어 국물을 맛봤다. 오래전 다시다의 그 전설의 카피가 떠올랐다! 그래, 이 맛이야!! 맑은 국물러에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그 돼지국밥의 궁극이야!
돼지국밥의 경우 국내산 100% 돼지고기라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수육은 국내산과 유럽산이 섞임.) 그런 점에서 9,000원이라는 가격은 매력적이다. 메뉴판에 덧붙여 놓은 걸 보니 최근에 가격을 인상한 모양. 일사불란하게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고 정리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그래, 이래야 맛집이지 싶다.
찬도 아주 심플하다. 돼지국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추 겉절이, 국수사리, 김치와 깍두기, 새우젓과 막장, 그리고 양파, 마늘, 고추. 부족하면 아낌없이 내어준다. 부산 돼지국밥집들의 기본 찬 구성. 국내산 김치, 깍두기라 더 맛있는 걸까. 남김없이 맛있게 완밥했다.
장전동까지 일부러 돼지국밥을 먹으러 오긴 힘들겠지만 금정구에 들를 일이 있다면 한번쯤 먹기 좋은 돼지국밥 맛집, 설봉이다. 연산동에서만 만나던 설봉을 장전동에서 만날 줄이야. 연산동 설봉과 관계가 있는지 여쭤보려다 관뒀다. 관계가 있든 없든 상관 없고 맛있는 집이면 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