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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Dec 06. 2024

부산 미슐랭 1 스타, 팔레트에 탑승하다

알고 보면 미식의 도시 부산, 2024년 미슐랭 가이드에 1 스타로 이름을 올린 곳은 총 세 곳이다. 가이세키 요리로 이름난 모리, 파스타 전문 비스트로 피오또, 아방가르드 프렌치 레스토랑 팔레트. 미슐랭 가이드의 등급은 1 스타(요리가 훌륭한 식당), 2 스타(요리가 훌륭해서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3 스타(요리가 매우 훌륭해서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 부산에서 선정된 스타레스토랑은 총 세 곳, 모두 1 스타에 등극했다.

부산 용호동에서 최근 해운대 달맞이로 이전한 팔레트를 찾았다. 얼마나 대단하고 맛있기에 미슐랭 1 스타로 선정된 걸까? 선정 직후부터 몇 개월간 예약이 꽉 찼다는 이곳에 이른 예약을 통해 지인과 함께 탑승하게 되었다. 디너코스가 인당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었다는데 글쎄 부산에서 20만 원? 이거 쉽지 않은 저항선인데 싶다. 하지만 부산도 이제 미식의 수준이 달라졌고 부산 1 스타의 바이럴로 전국 각지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단다.

특히 와인 페어링으로 이름난 팔레트는 2명의 소믈리에가 미식의 격을 더한다. 11코스로 준비된 오늘, 첫 와인은 명불허전 샴페인 돔 페리뇽. 빈티지 2013년, 2015년을 번갈아 만나며 시간에 따라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의 변화를 그대로 만날 수 있었다. 스낵 애피타이저로 시작, 작지만 절대 쉽게 봐선 안된다. 입안 가득 팡 터지는 맛의 향연, 표현이 어려운 맛의 신세계다. 3개의 스낵이 샴페인과 함께 어우러진 첫 번째 코스.

고등어가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재료였나 싶을 만큼 입안 가득 풍미를 느낀 두 번째 요리. 이쯤에서 알게 되는 팔레트의 철학은 바로 과하지 않은 플레이팅으로 맛에 충실한 새로운 프렌치 요리라는 거다. 딱 필요한 만큼만 딱 거기까지만 예쁘고 맛있는, 숨겨진 곳에 더 놀라운 맛이 가득한 순간이다. 화이트와인으로 페어링이 이어지고 차완무시가 서브되었다. 버섯과 관자새우로 조화로운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비주얼에 이렇게 깊은 맛이 나올 수 있구나 감탄했다.

다음은 컬리플라워와 곁들여 나오는 랍스터다. 각기 다른 소스를 모두 입혀 한입에 맛보는 랍스터. 이런 맛의 랍스터는 아마도 모두들 처음이지 않을까. 랍스터 위에 무심히 올려진 캐비어와 함께 랍스터를 한입 먹으면 그야말로 천상이 따로 없다. 입속에 가득 바다가 터지는 순간이다. 다음은 샤워도우와 다시마버터. 많은 버터를 먹어봤지만 다시마버터라니. 부산의 시그니처를 접목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란다. 짭조름하지만 다시마 특유의 향을 샤워도우에 입혀 한입 물면 그 자체로 바다다. 샤워도우도 팔레트에서 직접 구워낸 거라 남다른 맛이다. (다시마버터 호불호 주의 - 일반 버터에 길들여진 미각이라면 다소 갈릴 수 있음.)

다음은 농어. 농어가 이렇게 부드러울 일인가.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살아있는 농어를 소스에 곁들이니 바다가 더욱 깊어진다. 지금까지 단계별로 바다의 맛을 만났다면 이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고기면! 이름과 다르게 너무나 심플하게 서브된 음식에 화들짝 놀랐다. 면에 소고기 육수를 더한 면요리인데 김재훈 오너셰프의 말대로 마치 평양냉면을 연상하게 하는 맑으면서도 깊은 맛이다. 대체 이런 육수는 어떻게 만드는 거지?

다음은 대망의 메인 요리. 한우 안심. 그야말로 이븐 하게 익은 안심스테이크는 트러플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꽃송이 버섯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스테이크였다. 샤워도우 아이스크림과 유자타르트, 쁘띠푸르로 이어진 디저트. 디저트도 먹는 순서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날. 프렌치 요리도 이토록 친근하게 함께할 수 있구나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드니 이미 4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부산에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이 있다는 건 사실 참 고마운 일이다. 비용의 압박에 쉽게 함께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지만 아주 특별한 날, 특별한 손님과 함께하는 날,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하는 날, 마음먹고 함께하기에 품격의 손색이 없는 곳, 바로 팔레트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경험해 보자. 먼 해외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산 해운대 달맞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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