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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18. 2022

바보처럼 살지 마.

여성 폭력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너무나 스윗한 그였다. 아낌없이 모든 걸 쏟아내어 주는 그였고 과분한 사랑에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지경의 그녀였다. 프로포즈 또한 너무나 근사해 인생에 이런 벅찬 호사가 있을까 싶어 눈물이 나던 그녀였다. 그렇게 1년의 연애 끝에 그들은 결혼을 했고 행복한 신혼을 보내게 되었다.


그의 실체를 알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어느 순간 그는 그녀의 모든 시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외출하는 시간을 남편에게 알려야 했고 돌아오는 시간 또한 그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이었지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스케줄에 대해 하나도 알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나를 사랑해서 그렇구나. 세상에 나밖에 없는 남자구나.


목욕탕을 가는 날, 2시간이 걸린다고 했고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이웃을 만나 수다를 떨다가 4시간 만에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남편의 전화를 놓친 채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문을 열었고 퇴근 시간 전임에도 집에 도착한 남편을 마주했다. 낯빛이 일그러진 남편은 일순간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정신없이 맞고 눈을 떴을 땐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난밤이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마치 꿈이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게 꿈이 아니란 걸 당장 다음날부터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의 손찌검은 날이 갈수록 잦아졌다. 스케줄 보고의 사소한 오류에도 손이 올라왔고 가끔 발로도 그녀를 짓밟았다.


참다못한 그녀가 모든 자존심을 버린 채 친정과 시댁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들은 모두 남편에게 연락을 했고 남편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뗐다.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 젠틀한, 모두의 모범이 되는 그였기에 그녀만 미친년이 되었다. 그럴 날일수록 폭력의 강도는 더 높았다.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하나가 정 그렇다면 집에 CCTV를 설치라는 조언을 해줬다. 역시나 그녀를 믿지 못하는 친구였지만 그녀가 구세주였다.

@ pixabay

그날 역시 어김없이 그녀는 신나게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한 남편의 부재의 순간 CCTV 녹화본을 친정과 시댁에 그대로 보여드렸다. 증거 앞에 장사 없다. 그들은 모두 아연실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깨끗이 돌아섰다. 아니 인연을 손절했다.


그녀가 오직 인내심으로 참고만 살았다면 그녀는 아직 그 지옥 같은 감옥에 갇혀 살았을 테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고 살 떨리게 무서운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해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아이든, 누구든 절대 참고 있어선 안 된다.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넥스트 스텝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일 수 있다는 것엔 우선 공감하지만 그래도 절대 맞아선 안 된다. 잘못하지 않은 것에 대해 폭력을 가하는 건 그 자체로 범죄다. 가만히 맞고 있는 것 자체가 범죄에 대한 방조이다.


최근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범죄가 빈번하다. 가스라이팅으로 길들여져 처참한 결말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체 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진정 바보여서일까? 인내심 만랩이어서일까? 아니다. 그들도 끝도 없이 벗어나려 노력했을 테고 구원을 요청을 했을 테다.


관심은 서로 기울이는 거다. 한쪽만 관심을 가져선 관심으로 끝난다. 함께 관심을 기울이면 그 안에서 답을 찾고 실행하며 상황을 반전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차가운 사회 분위기에 조금씩 관심의 틈을 비집어 함께 빛을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의 한줄기 빛이 그들에겐 커다란 섬광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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